안녕하세요. 저는 숭덕학사에서 3학기째 거주 중인 건국대 축산식품공학과 4학년 이건영입니다. 저는 저번 학기때 IPP 현장실습이라 하여,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대신 실습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 한 학기동안 학사에서 나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때의 경험을 숭덕 가족들과 이번 기회에 나누어볼까 합니다.

실습으로 간 회사의 이름은 한국식품연구원입니다. 이 연구소는 공기업으로 여러 식품을 개발하여 기술을 중소기업에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어간 팀에서는 발효 쌀국수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일반 쌀국수는 글루텐의 성분이 없어서 베트남 같은 쌀국수를 많이 먹는 나라는 쌀을 발효시켜 이를 가지고 면을 만듭니다. 그런데 베트남 쌀국수에 쓰이는 쌀은 주로 Indica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Japonica라는 쌀 품종을 먹습니다. 그래서 저희 lab에서는 Japonica를 발효시켜서 면을 만들면 어떤 조건이 가장 적합한지 확인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저희 lab에서는 제 사수가 출산 휴가를 가게 되어, 제가 실험을 혼자 도맡아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발효에 쓰이는 미생물의 비율이나 발효 온도에 변화를 주어 시간에 따라, pH, 균의 비율이나, 산도, 냄새 등에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초반에는 혼자 실험을 하다 보니 실수도 많이 하였고, 별로 안 해보던 실험이어서 수행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작업을 계속 수행하게 되면서, 나중에는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번 실습을 하면서 얻은 것은 실험 스킬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연구소에서 실습을 한다고 할지라도, 업무가 대학원 실험실 업무와 같은 것이 아닙니다. 훨씬 간단하죠. 다행히 저와 같이 일하는 석사 누나를 보면서 대학원생 생활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 분야 논문을 읽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실험 하나를 책임지고 자신이 설계하여 수행하는 모습, 자신의 실험을 구상하여 논문 작성까지 수행하는 것을 보면서 부럽고 저 자신이 매우 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인턴이나 실습을 하면서, 너는 실험실에 와서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떠오르는 것이 없었는데, 제가 상상하는 대학원생인 저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실습에서 아쉬웠던 점은 제 관심분야 lab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 기반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lab을 들어가야 하는지 막막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식품연구소에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는 박사님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분과 면담할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하는 실험실에 먼저 들어가 세부 분야를 면역 관련으로 잡거나, 면역 관련 천연물질 연구 lab에 들어가서 세부 분야를 미생물로 잡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두 lab에서 일주일동안 현장체험을 해 볼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제 앞으로 진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약대를 준비하느라 2년을 소모하고 실패하였을 때, 하나님을 많이 원망했었습니다.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릴 수 있게 이뤄주시라고 기도했는데 안 이뤄져서, 내 인생은 엿 되었구나. 게임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아보면 제가 모를 뿐, 하나님이 저를 위한 길을 예비해주시고, 제 곁에서 이끌어 주신다는 점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제 미래의 불확실함이 막막하기는 하지만 두렵지는 않습니다. 아마 숭덕 친구들 대부분이 미래 때문에 막막할 것입니다. 오늘, 현실에 충실하십시오. 그리고 하나님께 구하십시오, 하나님께서는 맞는 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