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에스더 5:9-14       설교:“하나님의 크신 사랑”

 

  오늘은 삼일절 기념 예배로 드립니다. 1919년 3월 1일, 우리나라가 일본에 합방된 지 10년 후, 고종황제가 돌아가신 때, 서울에서 시작한 독립 만세 외침이 전국에서 울려 퍼졌지요. 그것이, 1945년 8월 15일 해방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삼일 만세운동이, 하나님의 이 나라와 민족 사랑이었음은, 자주 말씀드렸지요. 오늘은, 본문으로 택한 에스더서를 통해, 여호와 하나님의 이스라엘 민족 사랑을 보면서, 그에 못지않은 이 민족 사랑을 살피려고 합니다.

 

  에스더서를 보면, 여호와나 하나님이란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으나, 그 이뤄진 모든 일이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이뤄졌음을 쉬이 알 수 있지요. 예배 시작 때 읽은 말씀은, 에스더서 말씀을 끝내면서, 그렇게 베풀어주신 하나님 사랑을 기억하며 부림절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부림절의 부림은, 제비 뽑는다는 제비란 뜻으로, 유대민족을 멸하고 재산을 빼앗으려는 하만 총리가 왕의 승낙을 받은 후, 제비를 뽑아서 유대 민족을 학살할 날을 정한 것에서 유래하지요.

 

  그렇게 제비 뽑은 날이, 그들의 멸망 날이 되었습니다. 강대한 나라의 실력자 총리와 많은 관리와 수많은 적대 세력에 대항해서 이룬, 유대인 포로들의 승리이지요. 시작부터가 하나님의 역사요, 순간 순간 하나님이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했습니다. 그 내용을 주보를 보면서, 듣습니다. 에스더서는, 왕궁의 잔치 이야기로 시작하지요. 왕이 전국에서, 수많은 관리를 오라고 해서 큰 잔치를 벌이는 것은, 그 엄청난 위세를 보여서, 두려워하며 순종하라는 것입니다.

 

  잔치 자리에서 왕이 술에 취하자, 많은 이들 앞에 왕비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싶어서, 왕비를 나오라 하지요. 왕비는 술 취한 자리의 노리개가 되길 원치 않아 나가지 않자, 왕이 화가 나서‘어찌할까?’물으니, 신하들이‘나라의 여인들이 남편 말에 따르지 않을까 염려되니, 왕비를 내쫓고, 새 왕비를 맞으세요.’새 왕비로 에스더가 등장하는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어느 누가 이런 것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습니까? 

 

  에스더는, 포로로 끌려온 유대인의 후손으로, 부모가 죽은 후, 사촌 오빠의 돌봄으로 자랐지요. 왕비를 뽑는데 많은 후보 중에, 에스더가 왕의 사랑을 받아 왕비가 되었습니다. 키워준 사촌 오빠 모르드개는 왕궁 문에서 일하는 관리였는데, 총리 하만이 궁을 드나들 때, 모두가 잘 보이려고 절을 하지만, 모르드개는 십계명의‘나 외의 어느 것에도 절하지 말라.’에 따라 절하지 않습니다. 

 

  총리 하만이 모르드개가 유대인임을 알고, 이를 빌미 삼아, 제국의 모든 유대인을 학살하고 재산을 몰수하려고 하지요. 이런 공문이 각 도시와 수도에 알려지자, 유대인들은 울고불고 야단났습니다. 왕궁에 사는 에스더 왕비는, 그것을 모르드개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모르드개가‘네가 왕비가 된 것이, 혹 이때를 위함인지 누구도 모르지 않느냐? 왕 앞에 나가서 유대 민족을 구해달라 빌어라.’

 

  에스더는‘나라 법이 왕비라도 왕이 부르기 전에 나가면 죽습니다.’모르드개는‘네가 빌지 않으면, 유대 민족은 다른 곳을 통해 구원을 받을 것이나, 너와 네 집안은 망하리라.’에스더가‘유대인을 모아 사흘간 금식하며 기도하세요. 저도 시녀들과 그리 한 후에 왕 앞에 나가, 죽이면 죽겠습니다.’그리하며 사흘이 지난 후, 에스더가 왕 앞에 나가니, 왕의 눈에 왕비가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네 소원이 무어냐, 나라의 반이라도 주겠다.’에스더는‘내일 잔치를 벌일 터니 총리 하만과 함께 오세요.’왕과 하만 총리가 왕비가 베푼 잔치에 참석하자, 왕이 또‘네 소원이 무엇이냐?’왕비는‘내일 한 번 더 잔치 자리에 오시면, 그때 제 소원을 말씀드리지요.’하만 총리가 잔치에 참석하고 기분 좋게 궁을 나오는데, 그날도 모르드개가 절하지 않습니다.

 

  오늘 함께 읽은 말씀이지요, 하만 총리는 집에 와서 부인과 친구들에게‘왕이 베푼 잔치에 신하 중 나만 참석하는 영광을 누렸는데, 나오다가 모르드개를 보고 기분을 잡쳤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그들이‘마당에 높은 장대를 세우고, 모르드개를 매다세요.’하만이 장대를 세우고, 왕의 승낙을 받으러 아침 일찍 왕궁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밤에 왕이 잠이 오지 않아, 왕실의 옛 기록을 보다가, 왕을 죽이려던 음모 사건이, 모르드개의 신고로 왕이 무사했던 걸 읽었지요. 왕이‘모르드개에게 무슨 상을 내렸느냐?’물으니‘상이 없었습니다.' 왕이‘밖에 누가 있느냐?’‘총리 하만이 와 있습니다.’‘들라 해라.’왕이 하만에게‘왕이 상 주려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이것도 시간 맞춤이 절묘하지요. 하나님 역사입니다. 

 

  하만은, 으레 자기라 여기고“왕의 옷을 입히고 왕의 말에 태운 후, 높은 관리가 말 고삐를 잡고 성내를 돌면서‘왕이 상 주려는 이를 이같이 하신다.’외치게 하소서.”왕이‘그거 좋구나, 모르드개에게 그리하며, 말 고삐는 네가 잡고 외쳐라.’모르드개를 장대에 달아 죽이려던 총리 하만이, 모르드개를 한껏 높이며 성내를 돌며 외쳤지요. 이 말씀도 그 장면을 상상해 보면 은혜롭습니다. 

 

  그 일을 마치고 돌아온 하만은 죽을 맛인데, 궁에서 전갈이 오기를, 왕비가 베푼 연회에 어서 오라고 독촉합니다. 하만이 참석한 연회에서, 왕이 왕비에게‘네 소원을 말하라.’‘제가 유대인인데, 제 민족을 다 죽이려는 음모에서 구해주세요.’‘누가 그리 나쁜 음모를 꾸민 것이냐?’‘이 하만입니다.’왕이 화가 치밀어 정원에 나간 사이에, 하만이 왕비에게 살려 달라고 엎드려 애걸하는데, 돌아온 왕의 눈에는, 하만이 왕비를 겁탈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감히 내 앞에서 왕비를 욕 보이려는 무도한 자를 어찌할꼬?’신하 중‘그의 마당에 모르드개를 죽이려고 장대를 세웠는데 거기 다세요.’‘그리하라.’하만이 장대에 매달려 죽은 후, 모르드개가 총리가 되고, 전국에 공문을 보내었습니다.‘유대인을 죽이려고 공문을 내려보낸 그 날에, 유대인들은 그들을 공격하는 이들을 물리쳐라.’

 

  모르드개가 총리가 되었으니 관리들이 도와서, 유대인 죽이려던 날이, 죽이려던 자들의 장삿날이 되었지요. 이뤄진 일 하나하나가, 사람의 계획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하신 일이지요. 이 말씀을 보며,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위해 하신 일도 결코 이에 못지않음을 살펴봅니다. 예수 믿는 이로서, 삼일운동 때 기독교인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을 보며,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30년 전부터 미리 준비하셨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뤄진 일이 결코 갑작스럽게 우연히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오래전에 계획하시고 시행하신 것이지요. 복음을 전하러 입국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쇄국 정책으로 문이 닫힌 이 나라에 들어 온 것부터 하나님 역사입니다. 그 몇 개월 전에 알렌이 의사로 조선에 왔는데, 얼마 후 개혁파의 반란이 있었고, 칼에 맞아, 다 죽어 가던 보수파 민영익 대감을 알렌이 봉합 수술로 살려냈지요.

 

  고종 황제가 기뻐하며 알렌에게 참판(=차관) 벼슬을 내리니, 그의 주선으로 선교사가 들어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9월 알렌이 입국하고, 12월에 개혁파 반란이 있고, 이듬해 봄에 선교사가 입국하니, 불과 반년 사이인데, 이런 일을 사람이 할 수 있나요? 그 후 채 30년이 안 되어, 삼일운동 때, 예수 믿는 이들이 20만 명이 넘었지요. 

 

  당시 불교 신자가 5백만 명, 천도교가 3백만 명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이지만, 태국의 예를 보면, 얼마나 엄청난 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선교사들이 태국에 가서 학교와 병원을 세우며 복음을 전했는데, 삼십 년 만에 아주머니 한 사람이 세례를 받는데,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것 같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요. 

 

  또 하나, 하나님이 미리 준비하신 놀라운 역사는 성경 책입니다. 어느 나라나, 선교사가 가서 그 나라 말을 배우며, 성경 번역을 하려면 십 년 이상 걸리지요. 그런데, 언더우드 선교사가 이 땅에 와 보니, 벌써 한글로 번역된 성경이 두 가지나 있어, 그가 본국에 보고하기를‘하나님께서 이 조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놀랍습니다.’성경 번역도, 선교사가 들어오기 불과 3,4년 전입니다. 

 

  하나는, 중국 만주에 장사하러 갔던 청년들이 선교사 로스를 만나 예수 믿고, 한문 성경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고, 다른 것은, 일본에 출장 간 관리 이 수정이 예수 믿고 번역한 것입니다.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고, 실의에 빠져 갈 길을 모르던 조선 백성들은, 기독교 복음에서 길을 찾자, 교회로 몰려들었지요.

 

  기독교인이 만세운동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교회에서 배운 성경 지식입니다. 출애굽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 역사로 애굽의 종살이에서 탈출한 것과, 에스더서로 우리가 나눈 것처럼, 유대 백성이 죽음의 위험에서 구원받음을 알았지요. 그와 함께, 믿는 자는 영생을 누림, 이 셋이, 무서운 일본의 총칼 앞에 담대하게 맞설 수 있었지요.‘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신다. 죽어도 좋다.’

 

  이런 성도들의 믿음과 담대함 외에도, 교회의 전국적인 조직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는, 일본에 합방된 지 10년이 지나, 군과 경찰뿐 아니라, 모든 기관이 일본의 감독하에 있었지요. 서울에서 만세운동이 크게 일어나도 일본 총독부가 막으면, 지방에선 알 길이 없어, 며칠 안 가 흐지부지될 판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 전국의 교회가 연결되어, 만세 소식을 전하며, 독립선언문과 태극기를 교회에서 인쇄해서 돌렸지요. 

 

  그런 힘으로 3월 1일에 시작된 만세운동은, 몇 달에 걸쳐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백성들은‘우리 민족도 이런 힘이 있구나, 언젠가는 독립할 거야.’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함께 기억할 것은, 삼일운동 때 민족 대표 33인 가운데 기독교 대표가 16인으로 가장 많았고, 기독교인이 전 국민의 2% 가 채 안 되었으나, 만세 부르다 감옥에 갇힌 이의 22% 이상이 기독교인이었으니, 열 배나 더 잡혀간 거지요. 제암리에선 기독교인들을 교회에 가두고 불을 지르며, 밖으로 나오는 이들을 무참히 죽였습니다.

 

  두 가지 질문을 해봅니다. 하나는, 삼일 만세운동이 없었다면, 8.15 해방이 가능했을까요? 불가능했다고 봅니다. 삼일운동으로 상해 임시정부가 세워지고, 곳곳에서 독립군이 일본군과 맞섰지요. 우리 민족 스스로 독립하려는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났더라도, 대한민국은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세계 역사상 많은 민족이 흔적 없이 살라졌지요.

 

  또 하나 질문은, 이 땅에 기독교인이 없이 삼일 만세운동이 가능했을까요? 답은, 지금껏 살펴본 대로 불가능했습니다. 기독교인의 믿음과 의지, 전국 교회의 지원으로 가능했지요. 삼일 만세운동을 나누며, 유관순 누나를 지나칠 수 없습니다. 1902년생이니 올해 122세지만, 우리에겐 왕 할머니보다, 누나가 친근하지요. 이화학교를 다니다 삼일 만세운동 때, 고향에 내려와 만세운동에 앞장서다가 끌려갔습니다. 

 

  공주재판소 법정에서 유관순은‘나는 조선 사람이다. 너희들은 우리 땅에 와서 우리 동포를 수없이 죽이고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였으니, 너희가 재판을 받아야지, 너희가 우리를 재판할 그 어떤 권리도 명분도 없다.’어린 소녀가 어찌 이리 담대했을까요? 그녀는 유언으로‘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란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을 때, 나이 18세였지요. 우리에게 영원한 누나인 유관순을 마음에 담고, 우리도 나라를 더 사랑하기에 힘써야 합니다.

 

  오늘 에스더서 말씀과 삼일운동에 관해 나누었는데, 하나님의 사랑과 역사와 함께 꼭 마음에 담을 것은 사랑받는 이들의 반응이지요.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하나님의 사랑에 백성이 따랐기에 큰일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에스더서에는, 모르드개가 총리 하만을 보고도 절하지 않은 것은, 여호와 말씀에 순종한 것이고, 유대인들과 에스더와 시녀들이 사흘을 금식하며 기도한 것도,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었기 때문이지요. 

 

  거기에 에스더가 왕에게 나가며‘죽이면 죽으리라.’결단이 합해져, 그런 큰 구원이 이뤄졌습니다. 삼일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이 땅에 복음을 전하러 온 헌신이지요. 성경을 번역한 이들의 수고가 있었습니다. 척박한 땅에 복음을 전한 전도인들과, 강단에서 성경 말씀을 전한 이들의 수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제의 총칼에 맞서‘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선열들의 헌신이 합해져, 삼일 만세운동으로 점화되어, 8.15 광복으로 이어졌지요. 

 

  그러면, 그런 이 나라의 믿는 이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멀리 가서 복음을 전하는 것도 귀하지만, 사는 삶의 자리에서 성도다운 삶을 살기에 더 힘써야 합니다. 여호와께서 명하신 거룩한 삶, 안 믿는 이와 생각과 바람과 행함이 구별되게 살아야지요. 세상의 헛된 것을 좇지 말고, 가진 것에 자족하며, 아픔이나 환난에도, 영생의 소망 가운데 평안을 누리는 겁니다. 

 

  또 하나는, 예수님이 명하신‘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말씀에 따라, 더 사랑하며 사는 것이지요. 그렇게 살기 힘쓸 때, 주위에서 보는 이들을 주님께 인도할 수 있으며, 주님도 기뻐하시고, 이 민족을 위한 사랑의 역사를 이어가실 것입니다. 특히, 사순절을 지나며, 주님의 십자가 사랑과 선열들의 헌신을 마음에 새기며, 여러분 모두 더 거룩하게, 이웃을 사랑하며 살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