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프리카에서부터 와 수덕학사에 벌써 3학기 째 지내고 있는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18학번 사생 강성봉입니다. 이번엔 1년만에 다시 부모님을 뵙고 고향과 다를 바 없는 남아공으로 돌아가는 ‘해외여행’에 대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주제 // 남아공여행: 흩어져있던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다

⊙ 기간 // 7월9일 - 8월28일

남아공에 부모님을 두고 홀로 한국으로 건너와 새롭게 독립된 삶을 산지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저한테는 오히려 말만 통할 뿐이지 외국과 같은 나라에 동생과 함께 대학생의 신분으로 산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고 이제 법적으로도 성인이 되어서 곤란한 상황에 닥쳤을 때 언제나 의존할 수 있는 부모님도 안 계시다는 것을 받아드리니깐 겁도 나기도 했습니다. 늘 설레는 마음으로 짧게 놀러 왔던 한국이란 나라가 더 이상 여행지가 아니라는 것을 1년정도 지내면서 깨닫게 됐고 대학과 취업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실을 배워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한테 너무나도 익숙지 않은 ‘유학’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한테서 “성봉아, 남아공 한번 와야지”라는 말을 듣고 전 흥분된 상태에 얼굴엔 미소를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기쁘고 행복했었습니다. 한국이 싫고 남아공이 좋아서가 아니라 핸드폰 화면만을 통해서 부모님의 모습과 목소리를 듣다가 이제 곧 실물로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여서였습니다.

전 한국으로 가족여행 오면서 어릴 적 제 자신이 느꼈던 설렌 감정들을 이번엔 반대로 남아공을 가면서 다시금 겪게 되었습니다. 출국 날 50일 전부터, 또 기말고사 기간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들뜬 마음에 엄마와 시간가는 줄 모르며 전화로 남아공 얘기를 하고 가방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하고 어떤 기념품과 한국과자를 사갈지를 고민하면서 누가 보면 비웃을만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제가 특별히 더 기대가 됐던 이유는 한국 와서 처음으로 한 알바돈으로 동생과 제 비행기표를 마련해 다녀오는 해외여행이여서인 것 같습니다. (순간 내 자랑이 돼 버렸네 ㅋㅋㅋ)

집 떠난 아들이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오는데 아들을 위해서 엄마가 못해줄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한국에서 먹기 힘든 수제햄버거, 이탈리아 파스타 그리고 소고기 스테이크를 전 가장 많이 먹고 싶다 말씀 드렸고 말 한 그대로 전 이 3가지 음식만 한 없이 먹고 왔습니다. ㅋㅋㅋ

7월 10일 저녁, 남아공 도착하고 첫 날부터 예상치 못한 ‘연예인 스케줄’로 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친구들과 어른들과의 점심.저녁 약속, 치아와 정형외과 병원약속, 주일예배와 찬양준비, 한글학교 외국인반 수업준비, 그리고 부모님 사역… 그 와중에 제 개인적인 계획들까지 모두 감당하려고 하니 처음엔 약간 버거웠습니다. 그렇지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면서 이런 스케줄은 서서히 익숙해졌고 한국에 있었으면 게으르게 종일 침대 위에서 핸드폰만 보면서 뒹굴뒹굴 시간 낭비를 했을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매일같이 스쿼시와 골프를 옷이 땀에 범벅일정도로 쳤고 또 기름값 걱정 없이 눈이 보이는 데까지 아버지 차로 직접 운전을 했습니다. 주일이 다가오면 부를 찬양 곡들을 선정하고 찬양단과 함께 연습하며 예배를 준비 했고 매달 첫 토요일마다 에이즈 마을에서 하시는 부모님 사역에도 동참해 포스터를 꾸미고 아이들 나눠줄 간식을 마련 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서 부모님과 동생이 한 자리에 모여 마음 편히 얘기하며 그 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추억을 쌓으면서 전 정말 ‘힐링타임’을 가졌습니다. 같은 재료로 같은 크기에 한 줄로 빽빽하게 세워진 아파트 단지를 보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건물 넘어 또 건물만 보이는 우울하고 식상한 한국도시의 모습에서 잠시 벗어나 깨끗하고 파란 하늘 아래에 나무와 숲 사이에서 혹은 파도 치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생각을 비우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볼 수 있어서였습니다.

이렇게 2달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남아공에서 보냈던 날들을 기억하면서 보니 단지 해외여행이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가 원래 제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을 다시 하고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관광을 하고 새로운 곳을 가본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 이런 시간들이 모두 너무너무 소중했고 행복했고 감사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