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16-2학기에 새로 입사하게 된 김 결이라고 합니다. 현재 한양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고 관광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사실 목사님께서 글을 올려달라고 하실 때 저에 대한 피상적인 얘기만 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생들이 올린 글을 보니 저도 진솔하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비록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인생을 살며 몇 번의 큰 위기들이 있었습니다. 시간상 저는 그 중 가장 최근에 겪은 위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는 제가 군면제를 받은 이유와 연관됩니다. 저는 사람들이 왜 군면제를 받았냐고 물어보면 허리를 다쳤다고 대충 둘러댑니다. 진실을 말하면 물어본 사람을 미안하게 만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뜨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교 3학년 ROTC 생활을 하던 중 ‘강직성척추염’이라는 희귀난치병에 걸려 학군단을 중도포기하고 군면제를 받았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 질환은 극심한 통증과 함께 척추가 굳어가는 병입니다. 병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저는 걷기조차 어려운 상태였고 학교를 휴학해야 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쉬면서 재활을 위해 약물치료와 함께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이 때는 '평생 걷지도 못하는 불구로 살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몸관리에 심혈을 기울였고 몸은 급속도로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몸이 나아져도 저는 이미 예전의 제가 아니었습니다. 척추가 굳어 몸의 유연성이 크게 감소하는 등 운동신경이 상당히 퇴화되었고 이를 원상태로 다시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자신감과 자존감까지 떨어져 성격도 내성적이고 부정적으로 변했습니다.

 

이 때 부터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몸이지만 술에 입을 대기 시작했고 수많은 날들을 하루 종일 방 안에 쳐박혀 컴퓨터 앞에서 폐인처럼 지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거나 복학할 마음이 전혀 없었고 결국 1년 반이나 휴학하며 소중한 시간을 날려버렸습니다.

 

내가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긴 휴학과 방황 끝에 다시 학교에 복학한 저는 예전보다 열심히 살기로 했습니다. 그래야만 제가 잃어버린 능력들을 조금이나마 상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저는 제가 봐도 인간미가 없을 정도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며 성실하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복학한 뒤에 학점을 많이 올렸고 책도 미친 듯이 읽었습니다. 수영도 열심히 하여 작년부터 여러 수영대회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통제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건 여전하지만...

 

아직도 수영대회에 나가면 ‘아 내가 이 병에 걸리지만 않았더라면 쟤 정도는 이길 텐데...’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는 날엔 다시 절망감에 빠져 밤에 잠이 오질 않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면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라는 것을 상기합니다. 현실을 탓한다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며 오히려 인생에 해만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쓰다보니 '재미도 없고 유쾌하지도 않은 얘기를 괜히 썼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 제가 어떤 정신적 및 신체적 상태에 있고 그 배경에는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숭덕학사에 들어온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일차적으로 자기관리를 더 잘하여 잃어버린 과거를 빨리 보상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간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숭덕학사 형제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더 가까워지고 싶습니다.(술은 이제 잘 못 마시지만 술자리는 좋아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