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숭덕학사 사감 옥승일입니다.

아마 이 글이 사감으로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학사에서 지낸 지 벌써 4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번 학기를 끝내고 나가게 될지 아닐지는 잘 모르지만

지난 학사 생활을 마무리 하는 심정으로 글을 씁니다.

 

지난 4년간 학사의 가장 큰 변화로는 사생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더 이상 아침에 숭덕사가가 금호동에 울려 퍼지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안 좋습니다.

현재 적은 인원으로 잘 지내고 있지만 확실히 힘이 빠지는 건 사실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숭덕학사를 위해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선배님들이 “학사는 저에게 정말 따뜻한 보금자리……” 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너무 보여주기 식으로 꾸미는 것 아닌가 미사여구가 너무 많다 가식적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지금 이 말을 하게 될 줄은요……

 

학사는 저에게 정말 따뜻한 보금자리 였습니다.

정말 학사가 없었다면 서울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 갑니다.

학사는 저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게 해주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먹게 해주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잘 수 있는 편안한 잠자리를 주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매일 일찍 일어났습니다.

좋은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전 선배님들의 말이 진심이었구나.

학사가 정말 좋은 곳이구나.

 

학사에서 지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아 하루하루가 아쉽습니다.

오늘 하루는 내일이 되면 추억이 됩니다.

학사에서 쌓인 추억은 힘든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학사를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 선배님들이 저에게 주었던 정들을 저는 지금 후배들에게 주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이 많이 됩니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후배님들도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학사에서 했던 많은 행사들이 생각이 납니다.

정말 하기 싫었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습니다.

말과 행동이 달랐습니다 제가.

 

체육대회는 항상 재미있었습니다.

단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비몽사몽으로 운동하는게 싫어서 그랬지요.

막상 시작하면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그러고 먹는 고기는 정말 맛있습니다.

 

환경 심사……이건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데려올 파트너도 없고 방 청소는 한다고 하지만 문패 만드는게 너무 짜증이 많이 났습니다.

그리고 당일 대대대대대대대대대대청소까지…..

하지만 전 항상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습니다.

당연히 결과는 매번 좋았습니다. 상금도 많이 탔습니다.

지금 저의 방문은 학사에서 가장 눈에 띕니다.

 

그리고 숭덕제..

하…숭덕제….

제발…숭덕제…..

아 이거 정말 진짜 매우 엄청 제대로 힘듭니다 정말로

진짜 숭덕제 때문에 9월을 그냥 다 투자합니다.

작년에 10명이서 숭덕제 했는데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매일 새벽까지 연습하고 아침에 학교 갔다가 또 연습하고………

이건 좋은 추억이긴 한데…정말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너무 힘듭니다

사람도 없을뿐더러 추석 기간이 겹쳐 있어서 준비시간이 많이 짧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많이 축소했지만 여전히 힘이 드네요….

이게 다 사감인 제가 많이 부족한 탓 아니겠습니까…

다음 사감은 다를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생들한테 많이 미안합니다.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그래도 숭덕제는 다 같이 만들어가는 거니까 조금만 더 힘내서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김장

김장은 다른 거에 비하면 매우 쉬운 편입니다.

그냥 김장하고 고기 먹으면 되니까 매우 좋습니다.

 

대충 큼직큼직한 거만 적어보았는데 다 힘들었던 거군요…..

역시 힘들어야 기억에 많이 남나 봅니다.

그리고

기억에 잘 남지는 않지만 작은 추억들과 큰 추억들이 함께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고 학사를 만든 것 같습니다.

 

추석을 보내고 내일이면 다시 학사로 올라갑니다.

다음주에 숭덕제가 있네요.

벌써부터 고생할 생각에 앞이 캄캄합니다.

 

숭덕제 끝나고 조금씩 마무리를 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추억들이 있었습니다.

학사 밖에서 일어났던 안에서 일어났던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아련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헤어진 다니 많이 슬픕니다.

 

저번 글은 사감으로서 썼다면 이번에는 사생으로서 쓰는 것 같습니다.

내일 올라가면 학사가 엄청 반가울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자꾸 추억에 잠기네요.

 

글을 쓸 때마다 자꾸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자꾸 글이 길어지나 봅니다.

 

제가 총무도 했고 사감도 하면서 느낀 학사는 정말 좋은 곳 입니다.

하지만 변화는 필요합니다.

이대로라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사생들에게 독방을 주었지만 잘못 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좀 더 서로와 친해질 수 있는데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데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학업과 취업에 너무 치여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사에 오는 발걸음이 가벼웠으면 좋겠고

마음 편안한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훗날 학사를 기억하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있는 사생들 모두 다.

 

학사가 오래오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올 곳이 있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