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대학원 통일학협동과정 2학기 김주헌입니다.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지난 1학기를 되돌아보며'입니다. 제가 겪은 이야기를 최대한 담백하고 진실하게 쓰려고 합니다. 재미가 없더라도 한 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 <숭덕학사에 들어오게 된 계기>

지난 1학기는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군대 이후로 처음으로 타지생활을 했는데요. 솔직히 걱정 반, 설렘 반이었습니다. 대학원생이 된다는 이유없는 자신감도 한 몫을 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서울로 대학원을 간다고 하니까 다들 신기한 듯 처다보기도 했죠. 정작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주거문제'입니다. 

사실 돈도 돈이지만, 타지에서 살다보니 신앙생활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학부시절 절반 이상을 살았던 '영남대학교 기독생활관'(이하 기독관) 목사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타지에서도 신앙과 시간을 지키기 위해 기독관 목사님께서 추천해주신 숭덕교회 숭덕학사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인 장준하 선생이 저희 학사 출신이라 저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2 :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

2017년 3월 27일은 절대로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날이기도 합니다. 제가 잘못을 했다면 이렇게 억울하진 않았을겁니다. 국민대에서 통일관련 행사가 있어 참석했다가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저는 만원버스에 몸을 싣고 수업에 늦을까봐 조마조마 했습니다. 갑자기 어떤 차가 저희 버스에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급정거를 했으며, 그 이후 접촉사고가 났습니다. 

그 때 생각으로는 수업에 지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응급실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업에 들어와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더군요. 다행히 버스 기사님께 명함을 드렸으며, 제 폰으로 문자가 와있는 것을 봤습니다. 일단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가서 기초적인 치료를 받았죠. 허리를 좀 다쳤습니다. 다른 곳도 조금 다치긴 했고요. 교통사고를 당한 것을 알고 대구에서 서울로 직접 찾아와준 선배와 동기가 너무나도 반갑더라고요. 웬만하면 잘 안 우는데, 그날따라 그분들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더군요.

#3 : <나를 위로해주고 챙겨준 숭덕학사>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약 한 달 동안은 계속 우울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처음엔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우울증 증상같다고 하더라고요. 아픈 와중에도 수업을 빠지지 않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논문이나 책을 보기 위해서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보기도 했고, 발제를 하기 위해 서서 발제문을 작성하다가 누워서 작성하는 등의 행동을 취하기도 했죠. 

사실 사고를 당하고 나서 '내가 여기 괜히 올라와서 다쳤나?' 이러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괜히 실력도 없이 서울로 왔다가 낭패만 보고 있다고 생각했죠. 숭덕학사의 많은 형제들과 목사님, 그리고 장로님 등등 숭덕의 모든 식구들이 기도해준 결과 빨리 나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원래 컨디션의 60%이긴 하지만 나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4 : <주님의 이끄심>

사실 사고도 사고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올해 2학기 등록금이었습니다. 대학원을 갈 수 없는 집안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너무 공부가 하고 싶었기에 서울로 무작정 오게 된 것이죠. 1학기는 어떻게 해서 잘 다녔습니다. (사고난 것은 제외) 당장 다음 학기가 걱정되었습니다. 허리도 아픈데다가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었기에, 무엇을 하면서 용돈 혹은 학비를 벌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들어온 것은 행정조교 제안이었습니다. 사실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해당 학기부터 졸업까지 면제였습니다. 그러나 용돈을 집에서 받아 써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습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어서 행정조교를 하겠다고 선배님께 이야기를 드렸으나, 우연히 통일부에서 기간제근로자를 모집한다는 것을 봤습니다.

'내가 설마 되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여기에 지원했습니다. 사실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저의 사정을 알고는 한 번 해봐라고 권유를 했지만 끝끝내 거절했습니다. 우연일까요? 추가모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5 : <나를 연단하신 하나님>

다행히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사실 이 자리에 대해 그렇게 간절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타이밍이 지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상치도 못한 합격을 한 저는, 행정조교 선배에게 사정을 말한 다음 행정조교 인수인계를 중단하였습니다. 다들 저보고 미쳤다고 했습니다. 행정조교를 하면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뿐더러, 학업에도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좋은 조건이 있는데도 굳이 어려운 길로 간다고 나름 조롱아닌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이 자리를 주시기 위해 주님께서 교통사고를 통해 저를 '연단'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학원에 합격하기 전부터 저는 조금 교만했던 것 같습니다. 그 교만을 꺾기 위해 주님께서 저를 시험하셨고, 그 시험을 당하면서 제 자신의 욕심과 고집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6 : <사명과 함께하는 2학기>

사실 이번 방학은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그래서 금방 시간이 가버려서 아쉽기도 합니다. 이제 2학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방학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매일 일이 밀려 늦게까지 일을 하기도 했고, 논문을 보면서 공부를 하기도 했으니까요. 방학이나 지금이나 매일 매일이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많이 자야 4시간이니까요. 

사실 정말 힘듭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새벽기도와 다양한 활동을 하기엔 몸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그래도 주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하기에 지금의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숭덕학사에서 살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고통을 혼자 견디며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좋은 공동체에 있어 행복합니다. 

이상 '통일대장' 김주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