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가족과 또 때로는 혼자.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 가기도 하고 즉흥적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떠나기도 합니다. 꼭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야만 여행이 아닙니다. 오늘 무심코 지나쳤던 거리, 매일 같이 타는 지하철 모두 여행의 일부입니다. 각박하고 틀에 박힌 듯한 일상 속에서 꼭 일탈을 해야만 그것이 여행이 아닙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이제 막 꽃봉우리를 맺은 개나리, 얼음이 녹은 한강 한 가운데서 봄을 깨우는 오리 떼, 그리고 아침을 깨우는 따스한 햇살 모두 여행의 일부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정해진 이유는 없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을 때도 있고,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도 있고, 일상에서 벗아니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떠난다는 것 그 하나 만으로도 여행은 시작된 것 입니다. 

    함께 여행을 할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하고 감사한 일 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여행을 같이 갔다가 따로 돌아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여행을 떠나보라고 하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감사하게도 그런 친구와 함께 자주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모험을 즐기고, 지도에 보이지 않는 길을 찾는 그런 여행을 좋아합니다. 

    개강 전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오래전 부터 계획했던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기상 문제로 목적지를 바꾸긴 했지만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3월의 어느 날, 새벽 공기를 맞으며 강원도 고성으로 향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하얀 눈으로 뒤덮힌 이름 모를 산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바라보는 그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오직 달빛 만이 어둠을 밝히고 파도 소리 만이 들리는 그 때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했습니다. 지치고 바쁜 일상을 떠나 때론 어딘가로 떠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그것이야 말로 여행이 아닌가 합니다. 왜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하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전 이 모든 것이 공부이고 경험이고 저의 삶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눈으로 보고 온몸으로 느끼고 누군가 정해놓은 길이 아닌 길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제가 오늘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