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롬7:19-25 설교: “누가 나를 건져내랴!”

 

  스티븐슨이란 분이, 120여 년 전 쓴‘지킬박사와 하이드’란 유명한 소설이 있습니다. 지킬박사는 의학박사로 의술이 뛰어난 이었는데, 자기 속에 다른 나가 있음을 자주 느꼈습니다. 비밀연구실을 차려놓고, 다른 나로 변신하는 약을 개발해서 성공했습니다. 연구실에 몰래가서 그 약을 먹으면, 더 젊고 몸과 얼굴이 달라져, 다른 나인 하이드로 변하고, 약 기운이 떨어지면 원래 지킬로 돌아옵니다. 부인에게, 이 편지를 가져가는 이는 새로 채용한 조수이니 집에 재워주라 했습니다.

 

  지킬박사는, 낮에는 지킬로 밤에는 하이드로 두 사람의 삶을 살았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때가 있지요? 나는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다른 내가 강력히 몰아가는 바람에 내 맘대로 할 수 없다. 나는 전에 싸운 이와 화해하고 좋게 지내려했는데,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다른 내가 튀어나와 또 싸우고 말았다. 어려운 이를 볼 때, 내 맘으로는, 힘껏 도와주어야지, 그런데 다른 내가, 도와줘도 저 사람에게 별 도움이 안 돼. 이처럼, 내 안에서 두 마음이 충돌하곤 합니다.

 

  어느 경건한 성도의 말입니다.‘나는 세상에 관한 일을 이야기할 때는 막힘이 없다. 그러나 주님에 대해 말하려면 혀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 알던 성경말씀도 기억나지 않는다. 기도하려면 졸린다. 주님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하려면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는데, 그 외 다른 일은 무슨 일이나 잘한다. 이 몸에는 하나님의 뜻과 조화되지 않은 무엇이 있다.’평소에, 내가 왜 이러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안 하고, 해선 안 된다는 일을 하는가? 그런 분은 잘 들어보세요.

 

  성경에서, 그런 분을 봅니다. 노아는 세상의 오직 한 사람뿐인 의인이기에, 여호와께서 죄로 인해 온 세상을 물로 심판하실 때, 그와 가족만 노아방주로 살아남았지요. 그런데, 홍수 후에 노아는 술이 취해 훌렁 벗고 자는 추한 꼴을 보였습니다. 자신이 잘못하고는‘아버지 벗고 자네’한 아들을 저주합니다. 의인 노아가 어찌 그런 일을.. 성경은, 의인이라도 사람은 그럴 수 있다 합니다.

 

  다윗은, 매사에 하나님의 뜻을 물으며‘하나님 갈까요?’‘가라’그러면 갈 정도로, 신실했습니다. 이스라엘 왕들의 기록인 열왕기 상하를 보면, 왕에 대한 평가에 다윗과 같았더라, 좋은 왕이고, 다윗과 같지 않았더라, 악한 왕입니다. 그런 다윗 왕이 부하장군의 아내를 범하고, 들통 나게 되자, 격전지에 내보내 부하를 죽게 합니다. 어찌 그렇게 악할 수가? 선과 악, 인간은 양면을 가졌습니다.

 

  수제자 베드로는 열심히 예수님을 따르며, 항상 모범답안을 내고 칭찬받았지요.‘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 아들이십니다.’예수님을 따라다니며 숱한 이적을 보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까지 고백한 베드로이지만, 막상 예수님이 잡히자, 자기도 잡힐까 두려워서‘나는 맹세코 그를 모르요.’세 번이나 부인하지 않습니까?

 

  오늘말씀은 그런 인간의 내면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사도바울이 18절에‘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함은 내게 없도다.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않고 도리어 원하지 않는 악을 행하는도다.’이 말씀을 놓고, 신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많았습니다.‘바울사도 같이 훌륭한 분이 그렇게 두 마음으로 갈등하셨을 리가 없다. 항상 한 마음으로 경건하셨지. 자신의 이야기처럼 썼지만, 다른 이에 대해 쓴 것이야.’

 

 ‘아니다. 자신에 대해 쓴 것이 맞다. 사람은 아무리 예수를 잘 믿더라도, 두 마음의 갈등은 불가피하다.’여러분은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바울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이 대세입니다. 바울도 사람이기에 그렇습니다. 예수를 아무리 잘 믿는 사람이라도, 두 마음이 갈등을 합니다. 속마음, 마음의 법은 선을 행하기를 원하지만, 내 속의 다른 법이 싸워서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습니다. 사로잡는다는 말의 어원은, 옛날에 전쟁에서 이긴 자가, 진자들을 창으로 위협하며 노예로 끌고 가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의 두 마음이 갈등할 때, 죄의 힘이 선을 행하려는 마음을 이기고, 죄로 사로잡아 끌고 간다는 것입니다. 죄가 강해서, 나는 원치 않지만, 죄를 행하게 됩니다. 그런 것 같지요? 그렇게, 선한 마음이 죄에 사로잡혀가는 것에 바울이‘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탄식합니다. 곤고한 사람의 곤고는,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꼼짝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간절히 선을 행하려 했지만, 악을 행하는 자신을 보니 곤고합니다. 별로 성도답게 살지 않은 이가, 사는 것이 힘 든다고, 들은 말씀은 있어‘오호라 나는 곤고한 몸이로다.’하는 이를 보는데, 그것이 아닙니다. 보다 심각한 말입니다. 그저 어려운 상태란 말이 아니고, 내 힘을 다 해 주님 뜻대로 살려고 했는데도 안 되니까, 죽고 싶을 정도라는 곤고함입니다.

 

  바울은 이어서‘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이 또한 몹시 괴롭다는 정도가 아닙니다. 사망의 몸이 무엇인지 들으시면, 바울이 말하는 곤고함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가 갈 것입니다. 사망의 몸이란 말은, 당시 로마의 끔찍한 형벌에서 유래합니다. 목을 잘라 죽이는 정도로는 벌이 약하다 싶은 흉악한 죄인에게, 죽은 시체를 등 뒤에 꽁꽁 묶습니다. 잘 때도, 먹을 때나 길을 갈 때도, 시체와 함께 해야 합니다.

 

  시체의 악취에 시달리며, 시체의 나쁜 균이 옮겨와, 살이 썩고 서서히 죽어가는, 그것이 사망의 몸입니다. 오싹하지요? 사도바울은 자신이 예수를 믿은 자요, 복음을 전하며, 믿는 자의 본이 되어야 할 자임에도,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선을 행하지 못하고, 하고나면 후회할 일을 하는 자신을 보며, 마치 시체를 업고 다니는 자와 같다는 것입니다. 시체를 지고 다니다가 죽을 수밖에 없는 곤고한 나‘누가 건져내랴?’

 

  훗날, 누가 나를 건져내 줄 것인가? 아니고, 지금 누가 건져 줄 것인가, 바로 당면한 일입니다. 누가 있어, 이런 나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 바울의 마음이 이해가 되십니까? 건강한 성도, 참 믿음의 성도는 어떤 사람일까요? 측정하는 세 가지 지수가 있습니다. 먼저, 갈등지수입니다. 생활하면서, 내 맘 속에 두 마음이 있음을 알고, 바울처럼, 난 내가 원하는 선은 행치 않고, 왜 원치 않는 일을 행하는 거야, 갈등하면 할수록 더 건강한 성도입니다. 적당히 믿는 이는, 갈등하지 않지요.

 

  어느 세무공무원이 남들은 부정한 돈을 넙죽넙죽 받아도, 나는 그러지 않아야지. 명절에 인사치레 정도의 돈만 받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다른 이와 비교해 참 깨끗하다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전도로 예수를 믿게 된 후에, 자기가 의롭다던 생각들이 자꾸 걸리기 시작합니다. 인사치례로 조금 받았던 것도, 하나님 앞에서 잘못임을 깨닫고 갈등에 빠집니다.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과연 구원받은 성도답게 살고 있는가? 내 말은, 내 행함은, 내 마음은? 돌아보며, 이게 아닌데, 이래선 안 되는데, 이런 갈등지수가 높을수록 믿음이 좋은 것입니다.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고, 성도들이 빠지기 쉬운, 누구보다 나아, 아닙니다. 롬 7:7-25 까지‘나’‘내가’하는 단어가 34번이나 나옵니다. 마음속의 갈등은 내 문제이고,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를 믿고, 하나님 앞에 선자로서의 갈등입니다. 하나님이 내 모든 것을 아시는데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지.

 

  다음은, 절망지수입니다. 자신의 연약함에 갈등하다가, 절망하면 할수록 건강한 믿음입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교회를 다니면서도, 갈등도 없고, 절망도 없다, 초보 믿음이지요. 오늘말씀에, 사도바울이 이렇게 절망하며 외친 것은, 그가 매우 건강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예수 믿고, 믿음이 자라갈수록, 우리 눈은 점점 더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믿기 전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보았지요. 겉만 보고, 저 사람은 돈이 많으니 행복하겠지. 저 분은 아무런 걱정이 없을 거야.

 

  믿음을 가지면서, 보는 눈이 더 떠집니다. 저분은 사는 것은 부족함이 없는데, 믿지 않으니 마음에 참 평안이 없구나. 저 분은 사는 것이 어려워도, 얼굴에 평안함이 흐르는군. 믿음의 눈입니다. 믿기 전 눈, 믿은 후 눈, 두 눈을 갖게 되니 갈등합니다. 육의 눈은 잘 사는 게 부럽습니다. 믿음의 눈은 못 살아도 은혜롭게 사는 것이 좋습니다. 육의 눈은, 내가 세상 것을 좇으며 사는 것에 으레 그러려니 합니다. 믿음의 눈은‘너, 그렇게 살면 안 돼.’세상 따라, 몸의 욕심을 따라 사는 내가 못 마땅합니다.

 

 ‘예수 믿는 네가 어찌 그럴 수 있어’갈등하지요. 점점 더 육에 사로잡혀 가는 나를 보면서 절망합니다. 이 절망은 몸이 많이 아프거나, 살기가 너무 힘들어‘아, 살기가 너무 힘들어 죽겠다.’는 절망이 아닙니다. 내가 전보다 더 죄를 많이 지어서도 아닙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믿음이 자라고, 성경을 더 읽고, 더 기도할수록,‘내가 왜 이리도 믿는 자답게 못 살지?’갈등과 절망이 커집니다. 어두운 곳에선 안 보이던 결점이, 밝아질수록 분명하게 드러나는 이치지요. 믿음이 자랄수록 그러합니다.

 

  세 번째, 믿음이 건강한가 알아보는 지수는‘회복지수’입니다. 갈등만 하거나, 절망만 해서는 안 되지요. 답을 찾고 회복되어야 합니다. 계곡이 깊을수록 산이 높듯이, 자신에 대해 깊이 갈등하고 크게 절망한 사람일수록, 회복의 기쁨이 훨씬 더 큽니다. 예수를 믿고 교회를 다녀도, 내적인 갈등‘믿는 이로 이렇게 살아도 되나?’도 없고,‘난 도저히 믿는 자라고 할 수 없구나’절망도 없는, 밋밋한 교인은, 회복의 기쁨을 모릅니다. 성탄절이 다가와도 기쁨이 없습니다.

 

  사도바울이 얻은 답이, 바로 우리의 답입니다.‘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주 예수께서 나를 건져낼 수 있다는 깨달음이요, 감사입니다. 찬양입니다. 유진 피터슨이 7장 24,25을 이렇게 번역했습니다.‘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이든 해보았지만, 결국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나는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이런 나를 위해 무엇인가 해줄 수 있는 이, 누구 없습니까? 정말 던져야 할 질문은 바로 이런 것 아닙니까? 감사하게도, 답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같은 일을 하실 수 있고, 또 하신다는 것입니다. 마음과 생각으로는 하나님을 섬기고 싶어 하지만, 죄의 세력에 끌려 전혀 엉뚱한 일을 행하는 우리의 모순 가득한 삶 속에 들어오셔서, 예수님은 모든 일을 바로 세우는 일을 하셨습니다.’오늘 대림절 넷째 주일을 지나며, 다음 주가 성탄절입니다. 우리가 진정‘기쁘다 구주 오셨네.’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뻐할 수 있는 것은, 두 마음으로 갈등하고, 절망하는 내게 예수님께서 회복의 답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예수님이 우리에게 답이 될까요? 먼저, 예수님을 믿는 자는 누구나 구원을 받게 하시려고, 이천 년 전 베들레헴에 아기예수로 오셨습니다. 예수님을 믿음으로 우리 옛사람은 십자가의 예수님과 함께 죽고, 예수님의 부활과 함께 우리는 영적 새사람으로 거듭났습니다. 이것을 믿는 성도는, 우리 속에 악한 마음이 나를 죄로 이끌 때‘넌 죄에 대해 죽었는데, 왜 아직도 꿈틀대느냐?’야단치며 쫓습니다.‘아, 나는 왜 이리 죄에 약할까?’아니고요, 죄의 유혹을 담대히 물리칩니다.

 

  둘째로, 예수님을 믿음으로 우리가 이 세상의 그 어느 것보다 더 좋은 천국을 영원히 누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를 믿으면, 이 땅은 잠시이고, 저 천국의 영생이 너무나 좋고 영원한 것임을 믿고, 소망하며 삽니다. 그렇게 좋은 천국에 가서, 주님 앞에 흠 없이 점 없이 서기 위해, 우리 성도는 이 땅에서 성화의 삶, 거룩한 삶을 삽니다. 천국을 예비하는 삶입니다. 오늘말씀의 두 마음의 갈등에서, 악한 길을 좇는 마음을 물리치고, 선한 길로 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셋째로, 사랑의 예수님은 우리의 연약함, 두 마음으로 갈등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음을 아시고, 승천하시면서 성령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우리 힘만으로는, 내 속의 다른 지체에 의해 악에 사로잡혀 갈 수밖에 없으나, 그 힘을 이기고 성도답게 살 수 있게 하시는 성령님입니다. 다윗이 밧세바를 범한 큰 죄를 지은 후에, 회개하며 읊은 시 51:10,11절을 함께 읽습니다.‘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다윗은 우리 속에 두 마음이 있고, 더러운 마음이 죄를 범케 한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정한 마음을 새로이 지어 달라,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간구합니다. 정한 마음, 정직한 영이 힘을 차려야 악을 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말라고 간구합니다. 성령을 거두시면, 악한 일을 범합니다. 우리도 성령의 도우심과 인도를 받으면, 두 마음의 갈등을 겪지 않고, 선한 일을 원하는 대로 합니다.

 

  사랑하는 숭덕의 모든 교우 여러분, 올 성탄절도 진정으로 기쁘게 맞길 축원합니다. 왜 기뻐하나요? 아기예수가 오심으로 우리에게 구원의 길이 열렸기에 기뻐합니다. 오시지 않았으면 우리는 영 죽음에 빠졌습니다. 예수님이 오심으로, 이 세상 무엇과 비길 수 없는 천국을 영원히 누리게 되었기에 기뻐합니다. 우리가 구원받았음과 천국영생을 누릴 것을 확신하면, 악을 따르는 마음을 능히 쫓을 수 있으나, 그래도 우리 힘, 우리 의지로만 안 되기에, 성령님이 도우시려고 와서 함께 하십니다.

 

  이 모든 일을 아기예수의 오심으로 이뤄졌으니, 우리가 어찌‘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외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조용한 시간 내 마음, 내 삶을 살펴보세요. 내가 원하는 대로, 성도답게 살고 있나? 아니면 아직, 내게 원하지 않는 말과 행실이 남아 있나? 내 속의 두 마음을 보며 갈등하는가? 때로, 나는 어찌 이것밖에 안 되는가, 절망하는가? 거기서, 나를 회복시켜주실 이는 오직 주 예수그리스도임을 깨달으면, 바울과 같이‘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고백하게 됩니다. 모두 그리 외치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