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몬 1:8-19 설교:‘오네시모를 아시나요?’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합니다. 올해는 큰 태풍도 없어, 농작물이 풍작이라 합니다. 메르쓰도 사라지고, 남북의 전쟁위협도 가라앉고, 풍성한 가을을 맞습니다. 수요, 금요기도회로 모일 때마다, 메르쓰와 남북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는데, 성도는 기도해야 하고, 지난 후 하나님께서 우리기도를 들어주셨음에 감사해야지요. 기도하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남북의 합의가 잘 이뤄져가며, 침체된 경기의 회복과 2학기가 시작되는 학사형제들과 학업 중인 자녀들을 위해 계속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주후 60년 경, 골로새시의 어느 날 해질 녘입니다. 부요한 기독교인인 빌레몬이 베란다에서 시내를 내다보는데, 모습이 꽤 눈에 익은 사람이 자기 집을 향해옵니다.‘누구지?’점점 가까워지니 또렷이 보이는데, 몇 년 전 돈을 훔쳐 달아난 오네시모란 종입니다. 빌레몬은 아내 압비야와 아들 아킵보를 소리쳐 부릅니다.‘어서 이리 와 보시오. 저기 오는 게 오네시모 맞지? 어떻게 겁도 없이 제 발로 오지?’당시 로마법은 도망친 종이 잡히면 사형인데, 돈까지 훔쳐간 오네시모가 오고 있으니 놀란 거지요.
아내와 아들이 달려와 보면서‘오네시모 맞아요. 어떻게 저리 당당하지요. 그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그러는 사이에 집에 들어서며‘주인어른, 그간 안녕하셨어요?’도망쳤던 종은 당당한데, 주인가족들이 오히려 얼떨떨합니다.‘네가 어떻게 왔어?’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의 빌레몬에게, 오네시모가 품 안에서 꺼낸 것이, 오늘 읽은 빌레몬서입니다. 로마의 옥에 갇혀 지내는 사도 바울이, 골로새교회를 위해 힘쓰는 빌레몬에게 쓴 편지지요.
몇 년 전에, 빌레몬은 에베소시를 들린 길에, 사도바울이 전하는 복음을 듣고 예수를 믿었는데, 바울은 빌레몬을 사랑받는 동역자라 합니다. 당시는 신학교도 없고, 교육 받은 목회자도 없습니다. 믿고 받은 은혜를 나누는 정도지요. 빌레몬은 바울에게서 들은 것을, 순전함과 열성으로 전할 뿐인데, 어느새 사랑받는 동역자가 되었습니다. 빌레몬이 잘 믿었기에, 아내 압비아는 물론이요, 아들 아킵보도 그리스도의 병사가 되었고, 그 집은 교회로 이용되었지요.
초대교회 때는 교회건물이 따로 없이, 넉넉한 성도의 집에 모여 예배드리고, 성도의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빌레몬서는 성도의 믿음의 교제가 얼마나 유익하고 중요한지를 잘 알려줍니다. 먼저, 성도의 교제는, 선을 제대로 알게 되고, 그리스도께 이르게 합니다. 예배드린 후, 세상이야기만 하다가 흩어져선, 주님이 원하시는 선이 무엇인지, 어떻게 선을 이루는지, 예수님을 어떻게 더 알고 다가가며 자라야하는지를 알 수 없지요.
믿은 지 얼마 안 되는 이들은, 오래 믿은 분들에게 복음이나 은혜로운 것을 듣고자 합니다. 그런데 세상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나 늘어놓는다면 실망하지요. 세상에 살기에, 세상이야기, 살림이야기, 아이들 교육이야기, 다 좋으나 그보다는 더 신경 써 나눌 것은, 주님의 말씀과 받은 은혜와 사랑입니다. 성경말씀 외에도 예수 믿어 좋은 것을 전해야지요. 이제 9월을 맞으며, 자신의 평소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며, 더 은혜로운 성도의 교제를 나누기에 나썼으면 합니다.
두 번째로, 성도간의 교제로 성도들의 마음이 평안함을 얻습니다. 당시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대개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의 하류층입니다. 종들이 많았지요. 삶에 몹시 지치고 힘듭니다. 죽도록 일해도 살기 힘듭니다. 거기다, 예수를 믿은 후 가족이나 친척, 사회에서 배척을 당하고, 툭하면 잡혀가 매를 맞거나 옥살이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왜 교회에 모였을까요? 모여 예배를 드리고, 성도간의 교제를 나누면, 저 밖의 세상이 줄 수 없는 참 평안을 누리기 때문이지요.
우리 숭덕교회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다 힘든데, 교회에 나와 세상이 줄 수 없는 참 평안을 누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후 4세기 경, 기독교의 토대를 이룬 어거스틴은‘저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평안을 누리지 못했는데, 주의 품 안에 와서야 평안을 누렸습니다.’그는 천재적인 머리와 능력으로 평안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아도, 평안을 누리지 못했으나, 주님 품안에 와서야 평안을 찾았다는 고백입니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세상이나 물질에서 평안을 찾는 분이 있으나, 아니지요, 예배와 성도의 교제를 통해, 서로가 평안을 찾고 누려야합니다.‘내가 평안치 않은데 어떻게 남을 평안하게 합니까?’그런 분이 계시다면, 내가 왜 평안을 누리지 못하는지 기도하며 살피기 바랍니다. 아직도 몸이 아파서, 돈이 없어서, 평안이 없다는 분은, 예수님이 하신‘내가 너희에게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주신다.’는 말씀을 잘 새겨야합니다. 이웃과 평안을 누릴 옛이야기 하나 합니다.
생활에 도끼가 꼭 필요하던 시절, 어느 동네에 네 형제가 살았습니다. 맏형이 좋은 도끼를 샀다고 동생들에게 자랑만 실컷 하고, 아무도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세 형제도 각기 도끼를 사서 썼지요. 어느 날, 맏형이 강변에서 나무를 찍다가 도끼날이 날아가 물속에 빠졌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맏형은 고민을 하다가, 둘째에게 가서‘아우야, 도끼 좀 빌려다오.’‘아니, 형님도끼는 손도 못 대게하고 제게 와서는..’
거절하니 어쩔 수 없이 셋째에게 가서‘도끼 좀 빌려다오.’‘저기 있으니 가져다 써요. 그런데 형이 내 도끼를 빌려 쓸 염치가 있소?’그는 부끄러워 도끼를 빌리지 못하고 그냥 집에 왔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막내가 찾아 와선‘형님 어쩌다 도끼를 물에 빠뜨리셨어요. 내 도끼를 쓰세요.’큰형은 막내 동생의 손을 잡으며 용서를 구했고, 그 후론 형제간에 잘 지냈다고 합니다. 지금은 도끼가 필요하지 않은 때지만, 이 이야기를 잘 새기면, 여러분이 평안을 누리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세 번 째, 성도의 교제를 잘 하면, 사랑으로 많은 기쁨과 위로를 받습니다. 오늘말씀이 좋은 예지요. 안 믿는 세상에선 도망간 종을 용서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용서할 수도, 용서를 바랄 수도 없습니다. 요샛말로, 큰돈의 피해를 준 사람을 용서해라, 용서해줄게, 용서를 바란다, 다 불가능하지요. 그러나 오늘말씀에서 다 이뤄졌습니다. 성도교제의 좋은 샘플입니다. 다들 기쁨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바탕은, 예수님이 베푸신 십자가사랑이요, 그를 알게 하는 복음입니다.
빌레몬은 골로새시의 자기 집에 모이는 성도들과 그런 교제를 하였기에, 바울이 칭찬하였고, 이 편지를 읽는 우리도 성도의 교제를 힘쓰도록 다짐하게 합니다. 이어서, 바울은 편지를 쓴 용건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네 종이었던 오네시모를 용서해주란 것이지요. 바울은 나이가 많은 사도지만‘오네시모를 용서해’명하지 않고, 사랑으로 간구합니다. 이 역시, 성도의 삶이‘하시요’아니고, 겸손하게‘하는 게 어떨까요?’임을 알려줍니다.
사도바울이, 정성스런 편지를 써서, 당사자인 오네시모를 통해 빌레몬에게 보낸 것은, 오네시모가 바울에게나 빌레몬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무익했으나, 예수를 믿은 후 주위에 유익한 사람이 되었지요. 더구나 옥중에 있는 바울로는, 오네시모를 옆에 두고 도움을 받아야 했으나, 내가 원한다고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는 생각과 아울러, 바울은 빌레몬의 자발적인 용서를 바랐습니다. 14절 끝에‘너의 선한 일이 억지 같이 되지 아니하고 자의로 되게 하려 함이라.’
용서뿐만 아니라, 바울은 빌레몬이 오네시모를 사랑하는 형제로, 바울 같이 여기라합니다. 도망친 종을 사도 같이 여기라, 안 믿는 세상은 할 수 없으나, 예수사랑으로는 할 수 있기에 바울이 권합니다. 성경은, 바울이 보기에 빌레몬이 능히 그리할 사람인 줄 알고 말했다하지요. 우리도 빌레몬 같이 주위의 그런 인정을 받는 너그러운 성도가 되어가길 축원합니다.‘저 사람은 손톱도 안 들어갈 사람이야.’성도가 그런 말을 들으면 안 됩니다.
바울은 부탁만 하지 않습니다. 오네시모가 예전에 훔쳐간 돈은 내가 대신 갚아주겠다고, 친필로 확인합니다. 그러면서, 19절 후반을 보면‘네 자신이 내게 빚진 것은 내가 말하지 아니하노라.’부자 빌레몬이 바울에게 돈을 빚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슨 빚일까요? 복음의 빚, 바울이 전한 복음으로 구원받은 빌레몬입니다. 그 큰 은혜를 생각하면, 오네시모가 축낸 돈이야 별 거 아니란 뜻인 동시에, 빌레몬이나 우리 모두가 복음의 빚진 자임을 알게 합니다.
이까지 편지를 읽은 빌레몬을 눈물을 글썽이며, 오네시모를 뜨겁게 껴안습니다.‘그런 일이 있었구나. 사랑의 주님이 그리 큰일을 이루셨구나. 그래, 옥중에 계시는 바울사도님은 평안하시냐?’그리고 나선‘더 말할 게 뭐 있냐. 종으로 도망친 것, 돈 훔친 것 모두 용서야. 그리고 지금부터 너는 나의 형제 중의 형제니 그리 알고, 평안히 지내.’밤이 새도록 사랑의 대화가 끊이질 않았지요.
이런 것이 초대교회가 불 같이 번져간 바탕입니다. 자기 유익을 챙기지 않는 용서와 사랑, 사도로서 권위를 내려놓고 간절히 오네시모를 위해 간구하는 바울사도, 그에 즉각‘예’로 화답하는 빌레몬입니다. 오늘날,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고 하는데, 진정 돌아가려면, 빌레몬서를 잘 읽고 터득해야합니다. 기독교가 비판받는 것의 하나가, 교인들이 아는 것이 많고 말은 잘 하지만, 삶이 영 아니라는 거지요. 빌레몬서를 나누며, 오네시모와 사도바울, 빌레몬을 통해 성도의 바람직한 행함을 배워 따라야지요.
오네시모란 이름의 뜻이‘유익한’입니다. 바울도 편지에 썼지만 전에는 무익한 자였으나, 이제는 모두에게 유익한 자가 되었지요. 우리도 더 유익한 자가 되기에 힘써야 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유익한자가 되도록 도와야합니다. 오네시모의 새 삶의 시작은 종살이에서 탈출입니다.‘내가 종이니 어쩌랴, 납작 엎드려 먹고 나 살아야지’그랬다면 그저 무익한 종이었을 뿐이나, 그 굴레를 떨쳐 일어났습니다. 종이 주인의 돈을 훔쳐 도망친 것을 잘 했다 할 수 없으나, 자신의 현실적인 굴레를 벗어던진 것은 잘 했지요. 우리도 보다 유익한 자가 되려면, 우리를 얽매는 굴레를 벗어야합니다.
숭덕교회와 학사를 시작하신 고 박 영출 목사님은 백 여 년 전 경북의성의 깊은 산골에 가난한 가정에 사셧습니다.‘내가 이렇게 태어난 걸 어떻게.’하며 지냈다면 숭덕은 없었고, 수천의 젊은이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하지 못했고, 유익한 자가 되도록 돕지 못했지요. 어릴 때부터 믿은 주님께 기도하며, 그 굴레를 벗어나, 빈손으로 대구로 일본 동경으로 나갔습니다. 마치 오네시모가 골로새를 떠나 로마로 간 것과 비슷하지요.
그러나, 주님께 기도하며 의지한다고, 만사가 술술 풀렸을까요?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끼까진 갔으나, 동경에 갈 기차비가 없어 철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합니다. 걷다 걷다 굶주리고 치쳐서, 철길에 누워 생을 마치려고까지 했으나, 그런 중에 선교사를 만나 동경에 가고, 공부하면서 자신이 겪은 식민지청년의 어려움에, 숭덕학사를 시작하고, 그들을 민족의 기독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교회를 함께 시작한 것이, 어연 올해 80년을 맞습니다. 굴레를 벗어나, 많은 이에게 유익을 주셨습니다.
오네시모는, 바울의 편지를 갖고 골로새의 빌레몬 집에 가면서 계속 마음이 무거웠을 겁니다. 빌레몬이, 과연 돈을 훔쳐 도망간 나를 선선히 용서해줄까? 용서치 않고 관에 고발하면 난 죽는 건가? 그러면서 갔습니다. 바울의 편지를 읽은 주인 빌레몬이, 눈물을 흘리며 뜨겁게 포옹하자‘아, 이것이 예수사랑이구나. 이런 예수님을 위해 죽어도 좋아.’오네시모는 훗날 교회의 감독까지 지내며 초대교회를 위해 크게 헌신하다가, 순교 당했다고 전해집니다.
바울은, 지금 로마 옥중에 있으며 언제 사형당할 지도 모르는 중에, 사도로서 체면과 권위를 다 내려놓고, 정성스런 편지를 써서 간청하면서, 오네시모의 빚도 대신 갚겠다고 합니다. 이런 것이 진정 사랑이요, 행함 아닙니까?‘나는 내가 힘들어 못해.’아닙니다. 빌레몬은 용서하며 감동받았고, 오네시모도 바울과 빌레몬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구원받은 성도답게 행하며 살아야한다고 일깨워줍니다.
빌레몬은 예수를 믿고, 바울의 동역자라 불리며 골로새교회를 위해 많은 수고를 했으나, 이 사건은 평생을 잊지 못했을 겁니다.‘예수사랑이 참 좋구나. 내가 예수를 믿기 전이라면, 내 돈 갖고 도망친 종 오네시모를 도저히 용서 못했지.’그건 누구보다 빌레몬 자신이 잘 압니다. 바울의 편지를 보고, 오네시모를 즉석에서 용서하면서‘다 예수님은혜야.’빌레몬은 예수 믿고 자신이 그리 변화된 것을 피부로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 사랑을 더 열심히 전하겠다고 다짐했지요.
예수를 믿고 예배드리고 기도하고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것 다 좋습니다. 아울러, 바울, 빌레몬, 오네시모와 같은 행함이 늘어가야 합니다. 여러분을 통해, 무익하던 사람이 유익하게 되면 얼마나 기쁠까요? 숭덕교회 교인은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고 오는 숭덕학사형제들을 더 유익한 사람으로 만들기에 힘을 합하면, 그러는 중에, 우리의 믿음이 자라며, 예수사랑을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우리 안에 참된 기쁨과 위로와 평강이 넘칠 것입니다. 할렐루야!
8월 30일 설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