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창 22:6-12 설교:“바칠 양은 어디에?”
오늘 봉독한 창 22장 말씀은, 아브라함에 대한 믿음의 최종시험이라 합니다. 창 12장에서 시작해서하나님 명으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고향과 친척을 떠나, 가나안 땅에 온 후에, 여러 시련도 겪고, 실수도 하고, 승리도 했지요. 22장 1절 시작에‘그 일 후에’라 한 것은, 그런 일들과, 25년이나 기다린 아들 이삭이 태어나 장성하고, 이스마엘을 다른 곳으로 떠나보낸 후입니다. 인간적으로 봐선, 이제 거의 끝나서 편히 쉴 때인데, 여호와의 명령이 내립니다.
주보 안에‘더 큰 믿음, 더 큰 시련’이란 글이 오늘말씀에 관련되니까, 나중에 꼭 읽어보세요. 창 22:2에‘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번제란, 짐승을 잡아 각을 떠서 제단에 태우는 것이지요. 아브라함에게 자신의 생명보다 귀하고, 살아가는 힘과 소망인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는데, 아브라함은 군소리 없이,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하나님이 일러주신 모리아 산으로 갑니다.
이 말씀을 읽을 때, 우선‘이게 말이 되냐? 하나님이 어찌 이런 잔인한 명을 하실 수 있어?’할 수 있지요. 동시에, 아브라함이‘하나님! 이삭을 25년이나 기다려 얻었는데, 주실 때는 무슨 마음이고 번제로 바치라니 말이 됩니까? 번제물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저를 바치겠습니다. 약속에 신실하신 하나님, 제게 네 후손이 하늘의 별과 같이 많아지리라 하셨는데, 이삭을 죽이면 어떻게 그 약속을 이루십니까?’한 마디로‘난 죽어도 못합니다.’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 말 없이 순종하는 아브라함입니다. 그간 여호와하나님이 하신 일로 보아, 뭔가 내가 알지 못하는 깊은 뜻이 계시다고 믿은 거지요.
이 말씀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줍니다. 예수를 믿는 것은, 아브라함이 아들이삭을 번제로 바치듯 매우 심각한 일이란 것입니다.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살다가, 주일날 교회 와서 그저 예배드리는 정도가 아니지요. 왜 그럴까요?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 명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훗날 아들예수를 십자가에 내어주실 것을 미리 보여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이 아들이삭을 번제로 바치는 엄청나게 가슴 아픈 일을, 하나님은 아들예수를 십자가에 내어주시며 친히 겪으셨습니다.
우리가 예수 믿고 구원받은 것은, 하나님의 엄청난 고통과 아들 예수그리스도의 피 위에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어느 위치에 있습니까? 이 말씀과 직결되는 예수님말씀인 마 10:37을 함께 읽습니다.‘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며’그 앞의 35절에는‘가족이 불화하게 하려 함이라’교회를 오래 다녀도, 읽으며 이해가 잘 안 가는 말씀이지요.
이해를 돕는 이야기입니다. 숭덕학사의 왕 선배시고, 교회와 학사를 무척 사랑하셨던 고 이 종성목사님은 경북의성의 산골에서 나셨는데, 누나가 복음을 듣고 교회를 나갔습니다. 부모님과 주위의 반대가 심해, 이 종성 아기를 업고 아기 본다며 교회로 내달리기도 했지요. 외출을 못하게 머리를 깎고 매를 때리자 집을 나와 대구로 도망쳤습니다. 그런 누나의 믿음이, 이 목사님을 한국 신학의 토대를 놓게 하셨고, 수천 목사님의 스승이 되게 했습니다. 가정의 화목을 위해 누나가 포기했다면 불가능했지요.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백세에 주신 아들을 번제로 바치라하신 것이, 이 땅이 전부가 아니요, 죽은 후에 누릴 저 세상이 있었음을 분명히 믿었기에, 주저 없이 따른 것입니다. 오늘말씀을 통해, 우리의 시선도 더 넓게 멀리 저 천국영생으로까지 확장되기를 축원합니다. 믿음은 이 땅만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땅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이삭을 번제로 바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오늘말씀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통하여, 자세히 살펴보려합니다. 첫 그림은, 마르크 샤갈이란 화가가 1931년 그린‘번제장소로 가는 아브라함과 이삭’입니다. 그림을 잘 보면, 아브라함은 몹시 늙었고 눈을 감고 있는데, 눈뜨고는 차마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 같습니다. 아브라함은 칼과 번제를 태울 불을 들고 가는데, 당시에 성냥이 없으니 불씨를 들고 다녔지요. 아들이삭이 번제를 쓸 장작을 등에 매었는데, 벌거벗었습니다. 번제물로 바쳐질 것임을 암시합니다.
그림의 주제는 창 22:6 끝에 있는‘동행하더니’입니다. 아브라함과 아들이삭이 함께 걷지요. 말없이 걷다 침묵을 깬 것은 이삭입니다.‘아버지’부르자, 아브라함이‘얘야, 왜 그러느냐? 말해봐라.’‘불과 장작은 있는데, 번제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아들질문에 아브라함은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을 것입니다. 차마‘네가 제물이야.’할 수 없으니‘번제로 바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손수 마련하여 주실 것이다.’그러며 번제의 장소까지 동행합니다.
이때 이삭의 나이는 17세 정도라 하니, 아브라함의 나이는 백십칠 세정도지요. 이삭은 산 아래부터 장작을 지고 올라오며 괴로워하는 아버지의 얼굴을 힐끗힐끗 보았습니다. 뭔가 이상하단 눈치를 채면서도, 이삭은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끝까지 가보기로 결심합니다. 이삭으로선 몇 번이나‘제가 혹시 번제로 바칠 어린 양입니까?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멈춰주세요.’말하고 싶으나 참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말씀은 아브라함에 대한 믿음의 최종시험인 동시에, 이삭에 대한 시험도 됩니다.
아버지에게 뜻을 돌이키라 간청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이삭이 도망을 친다면, 늙은 아버지 아브라함은 좇을 수가 없을 때입니다. 그런데, 이삭은 아브라함이 칼로 내려칠 때까지 순종함으로 믿음시험을 잘 통과하고, 아브라함을 이어 믿음의 조상이 되었지요. 이 모습에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을 피 같이 흘리며 기도하신 예수님 모습이 떠오릅니다.‘아버지, 내가 마시지 않고 잔이 지나갈 수 없다면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예수님은 내일 있을 십자가의 고난을 다 아셨지만, 자신을 위해 고난을 피하려하지 않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시라며 따름으로, 모든 인류의 구세주가 되셨지요. 성경의 창세기와 마태복음은, 시간으로 1500년 이상 떨어졌지만, 아들이삭을 번제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처절한 마음에서, 아들예수를 십자가에 내어주시는 하나님의 아픈 마음을 깨닫게 함으로, 긴밀하게 이어집니다. 아브라함의 마음을 이해하면, 하나님마음을 깨닫게 되고, 그것이 나를 위한 사랑임도 알게 되지요.
두 번째 그림을 봅니다. 렘브란트란 화가가 1634년에 그린‘이삭의 희생’입니다. 아브라함은 큰 손으로 이삭의 머리를 뒤로 젖혀 이삭의 하얀 목을 노출시킵니다. 왼편 위에 하늘에서 급히 날라 온 천사가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창 22장11,12 절 말씀을, 세 인물의 손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천사의 왼손은 죽이지 말라는 뜻으로 위로 치켜 올라가 있고, 오른 손은 아브라함의 손목을 잡고 있지요. 화가는 떨어지는 칼을 통해 하나님의 명령이 얼마나 시급했는지를 묘사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명을 하셨지만, 아브라함이 주저하지 않고 이리 속히 순종할 지를 미처 모르신듯합니다. 그래서 천사를 급히 보내 말리신 거지요. 아브라함의 손에서 떨어진 칼은, 하얗게 드러난 이삭의 목을 향하고 있지만, 그 칼날은 무디고 닳아 제물을 벨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원래 하나님의 뜻이 이삭을 죽이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화가는 이 칼을 그림의 중앙에 둔 것은, 의도적으로 이삭을 향하는 동시에, 예수십자가를 설명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이 그림에는, 이삭을 대신할 양이 없습니다. 화가는, 이삭이 우리 죄를 대속한 어린 양이신 예수님이란 것을, 그림의 허리감개, 누구인지 알 수 없게 손으로 가려진 얼굴, 천상의 빛을 발하며 죽은 듯 누운 몸 등으로 증거합니다. 렘브란트 화가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는 구약말씀을 그리면서, 이삭이 곧 우리를 위해 죽은 어린 양 예수라 합니다.
세 번째 그림을 그린 화가는 카라바죠인데, 앞의 렘브란트 그림은 하나님의 은총을 그렸지만, 카라바죠는 근본적으로 은총을 의심합니다. 성경의 같은 말씀에 대해서, 화가가 전혀 달리 생각해서 그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브라함이 쥔 칼의 날은 날카롭게 서 있고, 이삭 옆에는 숫양이 있습니다. 천사는 오른 손으로 칼을 든 아브라함의 손을 쥐고 있고, 아브라함의 왼손은 이삭의 목을 세차게 누르고 있습니다. 이삭은 고통으로 절규하지요.
카라바죠는, 이삭을 아버지 아브라함의 폭력의 희생자로 표현합니다. 이삭의 일그러진 얼굴은 그 고통을 생생하게 드러내지요. 이삭은 몸짓과 표정을 통해 자신은 희생제물이 되고 싶지 않다고 강하게 반발합니다. 아브라함은 이삭의 몸부림에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천사의 말을 듣고 있는 듯하나, 그가 천사의 말에 동의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화가는 아브라함의 눈동자를 눈두덩이의 그림자로 가려서 그의 의중을 숨깁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이 지경까지 몰았는데, 이제 와서 개입하는 천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입니다. 옆에 있는 양의 표정은, 나를 번제물로 죽이지 않고, 왜 아들을 죽이려하느냐 같지요. 천사가 저 양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데 아브라함은 보지 않습니다. 이 화가는, 하나님이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는 명에 반발해서, 아브라함이 아들을 번제로 드렸다고 해석했지요. 성경과 전혀 다르지만, 화가의 생각입니다.
네 번째 그림을 살펴봅니다. 첫 그림을 그린 샤갈이 30년 후에‘이삭의 희생’이라 그렸는데, 그림에 많은 것을 담았습니다. 아브라함은 칼을 들고 있고, 이삭은 나무 위에 누워있고, 숫양은 멀리 떨어져 나무 밑에 조그마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천사가 두 명인데, 한 천사는 흰 옷을 입고 위편에, 다른 천사는 파란색으로 아브라함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파란색 천사 옆에 나무가 하나 서 있고, 그 옆에서 아브라함과 이삭을 보며 절규하는 여인이 있는데, 바로 이삭의 어머니 사라입니다.
화가 샤갈은, 이 그림의 전체 이야기를 푸는 열쇠를 쥔 인물로 사라를 표현했습니다. 성경에 나오지 않지만,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들이삭이 번제로 바쳐짐을 알았을 때, 사라가 얼마나 놀라고 슬펐을까요. 그림의 오른 편 위에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묘사되어 있어서, 창 22장의 말씀이 훗날 예수님의 십자가와 직결된다는 해석을, 한 그림에 다 담았지요.
샤갈의 그림은 크게 세 부분입니다. 아래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천사, 왼편에는 이삭의 어머니 사라의 절규, 오른편 위에는 예수 십자가이지요. 좀 더 자세히 보면, 아브라함은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부르자 그를 쳐다보며, 쥐고 있던 칼을 이삭의 몸에서 때어냅니다. 이삭을 더 이상 번제물로 바치지 않겠다는 몸짓이지요. 이삭의 오른 손은 우리를 향하고 있는데, 이삭이 윙크를 하고 있습니다. 한쪽 눈은 감고, 한 쪽은 뜬 체 우리와 교감하고 있습니다.
이삭이 오른 손을 우리에게 향하며 윙크하는 것은, 그저 남들이 해석한 대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나름으로 달리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이삭은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대속자 예수의 모습입니다. 화가가, 이삭을 영적인 깨달음을 나타내는 노란색으로 처리했고, 아브라함과 이삭의 일부를 붉게 칠한 것은, 죄와 죽음으로 인한 피를 나타내는데, 푸른색의 천사가 말리지요.
그림 왼편에 나무가 있고, 그 밑에는 숫양이 있습니다. 맨 위의 하얀색 천사는 왼손으로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등을 지고 있어, 이 십자가사건을 보지 못하는데, 그런 아브라함에게 천사가 외칩니다. 창 22:16이하에‘여호와께서 이르시기를 네가 이같이 행하여 네 아들 네 독자도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라.’아브라함은 믿음의 최종시험을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순종은 우리에게 복을 누릴 길을 열었고, 아울러 우리도 순종하라합니다.
예수님은 이삭처럼 하나님에게‘사랑받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며, 자신이 살해당할 것을 알면서도 예루살렘에 입성하십니다. 이삭이 자기가 태워질 나무를 지고 가듯, 예수님은 자신이 달리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셨습니다. 이삭은 마지막 순간에 죽음을 모면하지만,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으십니다. 이 일은, 아브라함과 이삭에겐 믿음시험이었지만, 예수님은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모든 믿는 자가 구원받을 길을 여셨기 때문이지요.
이 그림에서 사라는 눈을 부릅뜨고 간청하듯 두 손을 올린 채 여기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관찰하고 반응하라합니다. 이삭을 쳐다보는 사라,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 마리아와 십자가를 진 예수를 각기 다르게 세 번 보여줍니다. 아브라함과 하나님을 통해, 아들 이삭과 예수를 희생하는 아픔을 나타냈듯, 사라와 마리아를 통해, 아들을 잃는 어머니의 슬픔도 보여줍니다. 그것은 결국 우리를 구원하려는 주님의 크신 사랑입니다. 깨달으면‘주여, 감사합니다.’외쳐야지요.
이삭은 번제에 쓸 나무를 지고, 아버지 아브라함과 동행하면서‘번제할 양이 어디 있나이까?’묻는데, 이는 오늘날 교인들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이삭은 번제에 쓸 양이 어디 있느냐 찾았으나, 적지 않은 교인들이 교회를 다녀도 어린 양 예수의 십자가죽음과, 그로 인한 구원과 천국에 무심하지요. 참된 믿음이 아닙니다. 사순절기간에‘번제할 양이 어디 있습니까?’자주 스스로 물으면서, 예수님을 찾고 만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3월 13일 설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