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세상을 떠나면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여러 법적 절차가 시작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상속이다. 고인이 남긴 재산과 채무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넘어가는지 정리하는 과정으로, 기본 흐름을 알고 있으면 막막함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재산 승계는 사망과 동시에 개시된다. 별도의 신청이나 선언이 없어도 고인의 권리와 의무는 법에서 정한 승계인에게 포괄적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포괄적이라는 말은 예금이나 부동산 같은 적극재산뿐 아니라 대출이나 보증 채무 같은 소극재산까지 함께 이어받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무엇을 물려받는지 확인하는 일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누가 승계인이 되는지는 법에서 정한 순위에 따른다. 일반적으로 고인의 직계비속이 우선하고, 직계비속이 없으면 직계존속, 그다음으로 형제자매와 방계혈족 순으로 내려간다. 배우자는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과 함께 공동 승계인이 되고, 그들이 없으면 단독으로 승계한다. 앞 순위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으면 뒤 순위는 원칙적으로 권리를 갖지 못한다.
고인의 재산과 빚을 파악하려면 우선 공적 조회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사망신고와 함께 금융거래, 토지, 자동차, 세금 체납, 연금 가입 여부 등을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어 개별 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다만 개인 간 채무나 보증처럼 공적 기록에 잡히지 않는 부분도 있으므로 고인의 통장 거래 내역, 우편물, 계약서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재산과 빚의 윤곽이 잡히면 승계인은 세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된다. 모든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순승인, 물려받는 재산의 범위 안에서만 빚을 갚는 한정승인, 처음부터 권리와 의무를 모두 거부하는 포기가 그것이다. 한정승인과 포기는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효력이 생기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주의할 점은 의도하지 않게 단순승인한 것으로 처리되는 경우다. 고인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숨기는 행위, 기간 안에 아무 신고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단순승인으로 간주될 수 있다. 빚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면 고인의 예금을 인출해 쓰거나 차량을 팔아 버리기 전에 먼저 전체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장례비 정도의 지출은 사정에 따라 달리 보기도 하지만 판단이 애매하다면 신중하게 처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포기를 선택할 때는 그 효과가 다음 순위로 넘어간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앞 순위 승계인 모두가 포기하면 뒤 순위에 있는 가족이 새롭게 채무를 이어받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빚이 많은 경우에는 가족 전체가 함께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일부는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는 포기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기도 한다.
고인이 유언을 남겼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유언은 법에서 정한 방식을 갖추어야 효력이 있으며, 자필증서나 녹음 같은 방식은 가정법원의 검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유언이 있다면 그 내용에 따라 재산이 배분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족에게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몫이 침해되었다면 이를 되찾는 청구가 가능하다.
유언이 없거나 유언에서 정하지 않은 재산이 있다면 공동 승계인들이 협의로 나누게 된다. 협의는 전원이 참여해야 하고 누군가 빠지면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합의가 되면 분할협의서를 작성하고 인감증명 등을 첨부해 부동산 등기나 예금 명의 변경에 사용한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분할 심판을 청구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분할 과정에서는 생전에 특정 자녀가 받은 증여나 고인을 오랫동안 부양한 사정이 쟁점이 되곤 한다. 미리 받은 재산은 특별수익으로 고려되고, 특별한 부양이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사람은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은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증여 시기와 경위를 보여 주는 계좌 내역이나 간병 기록 등을 모아 두는 것이 좋다.
세금 문제도 함께 챙겨야 한다.
상속 재산 규모에 따라 신고 의무와 공제 요건이 달라지고, 신고 기한을 넘기면 가산세가 붙을 수 있다. 분할 방식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기도 하므로 협의 단계에서부터 세무 영향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관계와 재산 구성은 집집마다 다르고 결론 역시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 서류를 차분히 모으고 기한을 확인하며, 채무가 복잡하거나 가족 간 의견이 엇갈린다면 전문가와 상담하면서 한 단계씩 정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