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하게 전세계에 바이러스가 퍼짐으로 인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들이 바뀌었다. 인간이 이루어 놓은 문명과 기술은 어떠한 충격에도 대비가 되어 있을 것 같았지만 가장 원시적인 바이러스 하나에 맥을 추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인 면을 보자면, 세계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지난 역사 속에서 여러 번 겪었던 금융위기 가운데에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장에 파격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경제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라 보인다. 바이러스로 인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을 공급한만큼 경제에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던 자본주의 금융시스템과 신용창조라는 꽃이 시들게 될 위기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바이러스 때문에 내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원하는 대로 돌아다니고 행동하는 데에 제약을 받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의 제약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그것이 침해 받기 전에는 느낄 수 없는 공기와도 같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고 살지만 제약을 받기 시작하면 그 불편함과 불쾌함은 다른 무엇보다 배가되어 나타난다. 작금의 상황에서 개인의 활동이 제한되고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이 침해되는 일들-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진판정을 받으면 역학조사를 통해 이동경로를 파악-은 대승적 차원에서 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바이러스 대처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개인의 자유에 대한 희생은 어느정도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바이러스가 퍼지기 훨씬 전부터 빅브라더들-조지 오웰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에 의해 우리의 선택권과 자유가 침해 받고 있었다. 바이러스 사태이전에는 재난문자를 딱히 받을 일도 많지 않았고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자세히 보니 내 위치가 어딘지에 따라서 그 지역의 확진자에 관한 정보가 문자로 발송되었다. 다시 말하면 내 위치정보는 누군가에게 계속 공유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선거 기간 후보자들에게 오는 수많은 문자들과 음성메시지를 담은 전화를 받으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내 위치정보와 전화번호를 수집 당한 사실이 내 행동을 직접적으로 제약하지는 않지만 더 강한 제약을 가하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이러한 자유의 침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까 두렵다.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자유가 침해 받는다고 느낀다면 곧바로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바이러스 사태와 같이 자유가 침해 받는 합당한 이유와 함께 조금씩 양보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한번 만들어진 체계는 다시 원상복구되기 어렵다. 사람들과 정부는 다음에 일어나게 될 사태에 대비하여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우리는 조금씩 통제에 익숙해질 것이다. 사람들이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낄 때 즈음에는 이미 늦었다. 이는 경제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자유경제체제 하에서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의 문제를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그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개입이 이루어지면 자유의 침해는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빅브라더가 되어가는 현상은 누가 정권을 가지건 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경제적 평등을 위해서라면 그들의 계획을 통해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기꺼이 한다. 그러나 경제적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일 뿐 아니라 경제적 자원의 배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도록 만든다.

어떤 정권이 내놓는 수많은 개혁정책들은 급진적이며 직접적이다. 따라서 이것이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며 사회현안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된다고 확신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우리사회 대부분의 문제들은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들로 얽혀 있으며 한가지 문제에 대한 직접적이고 급진적인 개입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한가지 문제에 대한 개입이 또다른 문제의 발생과 그것의 해결을 위한 또 하나의 개입을 하도록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개입을 하는 권력주체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는 지점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 시장경제에서는 각자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어진 정보를 활용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그러나 계획경제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욕구들을 모두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희생을 강요할 수 밖에 없고 사회에 혼재하는 수많은 가치들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도덕률을 세우게 된다.

세상에는 장점만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제도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선택의 순간에 무엇이 우리를 이롭게 하는지 고려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자유는 그 자체로 고귀하며 정치적 이상이다. 민주주의는 자유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어디에든 이용될 수 있다. 히틀러의 나치와 독일도 민주주의 국가였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원천이지만 권력을 억제하는 수단은 아니다. 우리가 부여한 권력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행동할 때 자유의 소중함을 알고 제동을 걸 줄 아는 한국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바이러스로 인해 했던 생각들이 내 관심사를 생각보다 많이 바꿨고, 자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끝으로, 루드비히 폰 미제스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자유를 위한 계획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