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래에 대하여

 

소명(call)이라 하며 혹은 사명(使命)이라 부르는 ‘부르심’을 맛보아 알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조차도, 명확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서 내가 걸어가야 할 영역이나 마주할 대상이 누군지 알고 있는 제자일지라도 삶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할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면 망설이기 십상이다. 잘 살고 싶은 마음, 하나님 앞에 당당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주님의 뜻에 벗어나고 싶지 않은 귀한 마음이 오히려 선택의 신중함을 부담으로 치환시키는 상황이 우리 안에 있다. 머릿속에 그리는 몇 개의 선택지. 사회에 막 들어섰거나 그 지점을 맴돌고 있어 나와 같은 시기에 있는 청춘에게, 혹은 어느 시점을 지나 이제는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선 누군가에게도, 설령 손가락 안에 다 담을 수 없어 수도 없이 많은 꿈을 꾸는 어린아이 일지라도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모든 감정은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다는 것. 연말이 다가오고, 어떤 결정이든 내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과정의 아름다움을 제쳐두고 조급해지는 연약함이 있기 마련이다. 때론 고시와 같이 선택의 결과가 너무나도 거대하여 결단을 미루는 습관이 우리에게 있으며, 혹은 쉽게 선택한 것이 아닐까 우유부단하여 결단의 진행이 미뤄지는 결과가 우리 안에 없지 않다. 

허나 이 어찌하는가, 시간을 흘러가고 선택을 안할 순 없는 입장이며, 내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웬일인지 하나님은 아무 말이 없으시니. 그리스도인이고 부르심의 존재를 믿고 살아왔는데 정작 아무것도 모르겠는 상황에 봉착하니 답답해 하기만 한다. 그 시기의 배치가 사람마다 다양해서 누구가에겐 명확히 인도하시는 하나님이 평안함이 있을 지도 모르겠으나, 선택의 무거움을 느껴본 자라면 공감할 터. 당신들이라면 선택의 부담을 하나님에게 던져버리고 싶은 것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우리의 선택은 어떠해야만 할까? 사람마다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예정된 것이 있다고 하나 그 역시 모르는 입장에서는 기도로 간구하는 것에서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인생을 하나님 앞에 드리고, 동행하기로 한 그리스도인의 순종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나 역시 아주 어리석고 우매한 성도이며 여전히 하나님 앞에 자랑할 것이 없는 성도이지만, 이 역시 나에게 하는 말이기에, 선택에 앞서서 우리를 자유케 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묵상한다. 당신이 바울이나 아브라함처럼 특별한 계시를 받고 인도하심을 받는 자가 아니라면, 혹 당신의 삶이 여전히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골방에 엎드려 그 분의 뜻을 간구하는 자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유함을 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을 선택해도 괜찮다는 그 하나님의 사랑. 설령 하나님의 길이 아니었을지라도, 주님 앞에 경외하기를 놓치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 나의 길을 막으시고 새로운 길을 알려주실 것이며 인도하시리라는 믿음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권한다.

이사야 30장 21절
너희가 오른쪽으로 치우치든지 왼쪽으로 치우치든지 네 뒤에서 말소리가 네 귀에 들려 이르기를 이것이 바른 길이니 너희는 이리로 가라 할 것이며

 

당신의 앞에 놓인 결단이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면 이 말씀을 묵상해보시길. 나 역시 이 물음앞에 처절하게 무너져 보았고, 그 사랑에 휩싸여 기쁨과 감사를 누리기를 반복하고 있는 자이기에 더 이상 말씀을 형용할 자신은 없다. 우리에게 선택이라는 것은 때론 우리가 스스로 밀고 나아가는 것일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미래를 알고 계시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길 원하시며 우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강인한 오른손을 믿어야 한다. 헨리 나우웬은 ‘분별’에서 두 가지 손을 비유를 들었다. 두 개의 손. 한 손은 말한다. “내가 너를 안전하게 붙들고 있다. 너를 사랑하는 까닭이다. 나는 절대 너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다른 한 손은 말한다. “가라, 내 아이야. 가서 네 길을 찾아라. 실수하고 배우고 아파하고 성장하라. 그리하여 네가 되어야 할 사람이 되어라.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자유다. 그리고 나는 늘 네 가까이에 있다.” 조건없는 사랑의 두 손.

 

당신이 선택의 무거움에 휩싸여 기도의 자리에 나아가야만 할 때, 어떤 것이 나의 길인지 몰라서 아무것도 아닌 자신이 원망스러울 때에도, 심지어는 선택지가 너무 짜증나서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바라보기 싫을 때에도 한량없이 우리를 안으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 콤보를 묵상해보시길 빈다. 그리고 그 사랑에서 힘을 얻어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누리시길 간곡히 빈다.

 

어떤 선택이어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당신의 친구도 가족도 그리고 나까지 그 선택의 부담을 겪으며 살고 있다. 나라고 당신들과 다르겠는가? 내일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고, 내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나는 도저히 알 수 없다. 그저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함을 하나님에게 올려드리는 것이다. 나로서는 그 사랑의 위대함에 감동하여 좁고 험한 오솔길의 여정에 동참하려 하지만, 그것이 당신에게 택해진 길일지 아닐지는 당신과 하나님과의 은밀한 교제 속에 답이 있다. 작은 결단과 선택이어도 본인이 느끼기에 무겁다면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큰 물음일 터, 하나님과 십자가 앞에 그 물음을 끌고 나가는 당신들의 조촐한 발걸음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강력히 임하길 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자유로서 담대하시길. 어떤 선택이어도 하나님 앞에 기도했고, 담대할 수 있다면 괜찮은 길이라는 것. 설령 아니어서 포기하고 돌아가야 할 지라도 순간 담대할 수 있다면 다윗이 성전 건축을 내려놓을 수 있던 것처럼 기쁨으로 주 앞에 순종해야하는 것. 우리 사회에서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당신이 당신 자신을 어떻게 받아드리는 지는 중요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사랑에 속한 당신 그 자체로서 아름다울 테니,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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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쓴 글인데, 학사생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하여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