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언제나 사랑하는 숭덕학사에게

 

학사야 안녕? 나 태호야. 이번 학기도 너와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뻐. 너를 알게 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구나. 학사야. 사실 이런 주제로 글을 써도 될까 고민을 좀 했어. 일단 이번에는 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 할 거야. 솔직히 여기 사는 사람 중에 네가 정말 좋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사람은 있니? 네 장점 얘기하는 상황을 상상만 해도 입이 아플 지경이야. ^^ 그리고 너와 함께한 시간이 1년인데 사실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닌데 꼭 뻔한 주제로 글을 쓰고 싶지 않았어. 이번에는 이런 방식으로 써보고 싶어. 그래야 솔직한 생각과 감정이 나올 것 같거든. 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늦게 써봤어. 나 맨날 다른 사람들이 글 다 쓰기도 전에 글 썼거든. ㅋㅋㅋㅋㅋ 글을 좀 늦게 올리니까 다른 사람 글 읽는 재미도 있네. 쭉 읽다 보면 ‘다들 각자 포용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과 슬픔, 행복을 갖고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음. 아무튼! 이번에는 너를 만난 후 변화된 나에 관해서 얘기해보려고 해.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네. 나는 평소에 사색이 많은 사람이야. 근데 사실 학사에 들어오기 전에 나는 사색보다는 고민이 더 많은 사람이었어. 주로 공부, 학교생활, 아르바이트, 여행, 연애, 인간관계 등등의 고민이었는데, 특히 연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어. 그런데 너를 만나고 나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종교적으로 안정적인 상태가 되다 보니 연애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할 시간이 생겼어. 마침 숭덕교회 자유게시판에는 유독 연애에 대한 글을 많이 없는 것 같아.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생각하는 연애에 대해서 얘기해볼게.

 

1. 사랑이란 무엇일까?

 

실제로 내가 사귄 사람에게 자주 들었던 말을 각색해 봤어.

 

 

상대방(줄여서 여): 태호야. 넌 나 왜 좋아해?

나 : 그냥.

여 : 아니~ 장난치지 말고! 나 보고 얘기해. 나 왜 좋아해?

나: ??? 그냥 너라서 좋은데 ㅋㅋ 이유가 필요해?

 

 

“사랑에 이유가 필요한가?” 이 주제야말로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지. 그때 당시 내 여자친구는 매주 빠지지 않고 항상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했어. 나는 충분히 사랑한다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아마 걔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나 봐. 그 후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몇 번의 연애를 마치고 학사에 들어올 때쯤 되니 그때 그 시절의 걔가 떠오르더라고. 그 애는 왜 매주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진 걸까? 그리고 나는 왜 그 사람을 사랑했던 걸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사랑에 이유가 필요한가? 사실 그렇잖아. 하나님도 우리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시지. 나도 하나님을 사랑해. 그리고 난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나를 여기까지 별 탈 없이 인도해주신 분들을 사랑해. 목사님, 장로님, 권사님, 학사에서 함께 지낸 선배님들, 후배들, 그리고 지금 함께하는 사생들과 숭덕 가족들도 모두 고맙고 좋은 분들이지.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딱히 이유는 없어. 굳이 찾자면 모두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시고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는 점? 이거 하나인 것 같다. 사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마음 한쪽이 몽글몽글 게 생기면서 나중에 그 감정이 점점 커지잖아. 그냥 그런 애틋한 감정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뿐이지. 그게 사랑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참 그래. 어쩌면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 이유를 찾는 사람은 사랑을 줘도 사랑으로 받을 수 없는 것 같아. 그리고 그 이유를 의심하면 사랑이 아니게 되고. 정말 사랑을 항상 확인받고자 하는 걸 진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봐.

 

 

2. 연애 경험이 많은 게 좋은 걸까?

 

개인적으로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일단 나도 엄청 많이 해본 편은 아니거든. 다만 한 가지는 장담할 수 있어. 연애 횟수보다는 그 연애를 통해 나는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그 연애는 정말 순수한 사랑이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냥 그렇더라고. 소개팅, 미팅, 동아리, 대외활동 등등 그곳에서 새로운 이성들을 많이 만났던 적이 있어. 사귀지 않았던 사람들의 경우 연락을 가끔 하지만 정작 사귀는 사이는 아니니까 감정 소모는 하지 않는 그런 사이로 지내다가 끝났어. 그리고 정작 사귀고 나면 좀 혼란스럽더라고. 정말 사랑해서 사귀기 시작한 건 아니었거든. 잠깐의 호감, 현실과 타협, 연애 강요하는 사회, 이때 아니면 언제 하냐는 식의 말들 때문에 시작하게 된 연애였지. 그러다 보니 내가 이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저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 데이트하고, 맑은 가을 하늘 바라보면서 같이 지내고 싶어서 사귀는 건지 헷갈리더라.

 

그리고 이렇게 사귄 여자친구가 아무리 잘해줘도

결국 내가 정말 힘든 시기를 마주했을 때 내가 찾았던 것은

 

가족과 하나님.

그리고 힘들 때 "그럼 우리 호떡 먹으러 갈까?"라며 물어봐 줬던

사랑했던 전 여자친구가 생각나.

 

그때의 모습은 이제는 불가능하고, 또 볼 수 없기에 그때가 가장 그리워. 결론은 내가 사람을 많이 만나든 적게 만나든, 연애 상대방이 내 이상형이든 아니든, 성격이 좋든 나쁘든, 기억에 남는 건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뿐이지. 그래서 연애는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되는 사람과 해야 한다고 생각해.

 

 

3. 마무리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 정도만 쓰고 마무리하려고 해. 누군가 연애를 이렇게 말하곤 하지. “사랑도 연애도 그냥 다 한때고 그 기억 너머로 멀어져가는 과정이며, 그렇기에 다 부질없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비록 사랑하고 사랑받는 게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 자체가 돈이 되는 것도 아닌 건 사실이야. 하지만 때때로 사랑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해. 때론 사람들은 타인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더 노력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 나도 마찬가지야. 비록 연애는 아닐지라도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숭덕학사와 교회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단순히 예의만 바른 사람이 아니라 능력 있고 정말 괜찮은 사람 말이야. 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냐고? 그런 사람들은 단순히 도움받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힘이 있어. 지금 내가 학사로 부여받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내가 학사에서 받았던 것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숭덕학사. 너는 나에게 그런 존재 중 하나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학사야 사랑해 ♥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문구로 이번 글을 마무리할게.

 

 

성공을 거듭하면 자신감이 높아지지만, 자존감은 실패를 경험할수록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