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엡 2:20-22 설교:‘1943년 숭덕교회’
오늘은 숭덕교회와 학사가 설립 된지 86년을 맞아 감사예배로 드립니다. 전에는, 토요일 숭덕제를 겸하였으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조촐하게 창립 감사만 드립니다. 1935년 9월 일본 동경에서, 숭덕학사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조선을 이끌어갈 젊은 형제들에게, 기독 신앙을 함양하기 위해 숭덕교회가 함께했지요. 숭덕에 거의 옛 자료가 없는데, 그 이유의 하나는, 동경에서 전쟁 말의 폭격으로 초기 자료는 다 타버렸고, 또 하나는, 설립하신 고 박 목사님의 뜻이 그렇습니다.
자료가 쌓이면 그것이 자랑거리가 되는 것을 우려하셨고, 특히, 학사에 계신 분의 명단이 있으면, 어려울 때, 도와달라 손내밀 게 된다는 거지요. 숭덕 80여 년에 대략 3천 명이 다녀가셨다 봅니다. 학사에 계실 때 정성껏 보살피고, 졸업 후 떠나면 끝이라 하셨습니다. 본인이 원해서 숭덕을 돕는 분은 감사하며 받습니다. 마침, 그런 선배들이 오늘 함께하셨네요. 자료가 없는 중에, 몇 년 전 입수한 숭덕교회 주보를 오늘 함께 나누며‘1943년 숭덕교회’란 제목으로, 옛 숭덕교회의 예배를 함께 기억하고자 합니다.
나눠드린 주보를 보시면. 한 면은 받은 옛 주보를 복사한 것이고, 뒷면은 이해를 돕기 위해 한글로 번역한 겁니다. 숭덕교회 주보 밑에 소화 18년, 서기로 바꾸면 1943년이지요. 이차 대전이 끝나기 이 년 전이고요, 그때 박 창근 장로님은 소학교 5학년으로 당시의 많은 걸 기억하십니다. 박 효근 집사님은 다섯 살 때지요. 이 주보가 손에 들어온 것은, 어느 날 제게 전화가 와서‘숭덕교회가 지금도 있습니까?’그 분은 사업으로, 경남의 한 대학과 왕래가 있었다 합니다.
연락이 와서‘오래전 일본에서 활동하던 분들의 자료가 들어왔는데, 대학 도서관에 필요한 것을 정리했으니, 나머지는 당신이 가져가 보고 필요한 것을 가지라.’했답니다. 그 분이 몇 박스의 자료를 살피던 중, 이 주보를 보고, 숭덕교회가 아직 있는지,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있어서, 제게 전화한 거지요. 이 주보를 받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주보를 보면, 43년 숭덕교회의 모습을 보여, 오늘 86주년 기념예배에 함께 나눕니다.
주일예배는 열 시고, 사회는 박 영출 목사님이지요. 그날 설교는, 박 래승 목사님을 모셨습니다. 그런데, 주보에 꼭 있어야 할 그날 성경 말씀이 어디인지, 설교 제목이 무엇인지 비어 있지요? 당시는, 일본 경찰 파출소에, 매주 주보 원고를 목요일까지 제출해서, 승인을 받아야 했답니다. 성경본문과 설교 제목을 적었다가, 일본 경찰이 트집을 잡으면 주보를 다시 만들어야 하기에, 빈칸으로 둔 거지요. 당시 주보는, 철판에 철필로 촛물을 녹인 종이에 손으로 썼지요.
그것을 등사판에 붙이고, 롤러로 먹물을 바르면 주보가 나오지요. 보통 수고가 아닌데, 이때 주보를 만드신 분은 안 병찬 집사님으로 훗날 서울사대 부속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을 지내셨습니다. 예배 순서중, 헌금 감사기도를 보면, 김 종수 검사로 되었는데, 당시는 집사이고, 해방 후 유명한 검사라 잘못 기록했습니다. 저녁 예배는 7시 반에 드렸는데, 사회는 박 봉랑 목사님으로 훗날 신학교수를 하신 분이고, 강사는 일본 선생을 모시고 성경 공부를 했습니다.
새벽 기도는 5:30, 주일학교는 8:30에 어린이와 중등학생 예배를 드렸습니다. 왼편에 교회 소식인데, 한 분이 평북 영미교회에서 와서 새로 등록하셨고, 장 준하 형제는 신학교 기숙사로 옮겼다 합니다. 장준하 선생은 연세든 분들은 다 아시지요? 학사 형제들 압니까? 헤방 후 사상계 잡지를 발간하고, 독재 정권에 항거한 분이지요. 숭덕학사에 계시다가, 신학교에 진학하여 기숙사로 옮겼는데, 그후 일본군 학병으로 끌려갔다가 만주에서 탈출하여 독립군에 참여했지요.
75년 5월 박 영출 목사님이 돌아가셨을 때, 문상을 오셨는데, 본인도 몇 달 후, 우이동 산에서 의문의 추락사를 하셨는데, 실상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이 영복이란 분은, 조선의 오지 선교회, 깊고 외진 곳에 봉사하러 가셨고, 이 형숙 자매는 고향에 갔다가 아버님을 안내해서 돌아오셨다 합니다. 전주일 헌금이 29원 삼십오 전, 헌금하기로 결정한 금액은 208월이며, 정해서 하는 분 성함이 나오지요. 그 중 양학만이란 분은, 2,30년 후까지 숭덕학사를 도우신 걸 저도 기억합니다.
당시 29원이 오늘날 얼마나 될까요? 대략 알 수 있는 비교가 학교 선생님 월급이 백 원 정도라 하니, 요사이 3백만 원 잡고, 주일 헌금 29은, 백만 원 정도네요. 이것이 어느 정도 금액인지. 기독교 장로회를 이끄셨던 고 강 원룡 목사님 자서전에 나옵니다. 강원룡 목사님이 당시 숭덕교회에 출석하는 집사님이셨는데, 일제의 감시가 심해지자, 밤에 고 박 목사님을 찾아와‘가족과 함께 몰래 만주로 피신하려 하는데, 수중에 가진 돈이 없습니다.’
박 목사님이 마련해서 백 원을 주셨다 합니다. 일가족이 만주까지 여행할 경비와 정착할 자금이니 백 원은 적잖은 돈이지요. 이어진 소식에, 저녁 예배에 힘써 참석해달라는 것과 월정 헌금이 목표에 미달하니 정해서 종이에 적어 제출해달라 합니다. 천장절 축하식을 갖는 것은, 일본 경찰에 보이기 위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런 높은 분을 모시고, 국가행사를 하니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 숭덕교회는 시작 때부터, 조선의 어려움을 이해한 일본의 높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에서 주보를 미리 파출소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는데, 주일예배 때 순사가 와서 뒷자리에 앉아 감시했다고 합니다. 그럴 때, 일본군의 높은 분이 정장을 하고 예배에 참석하면, 순사가 감히 시비를 걸지 못했지요, 또는, 설교 내용을 트집 잡아 박 목사님이 일본 경찰에 잡혀가도, 남들은 열 흘 이사 고생했는데, 하루 이틀 내에 풀려서 돌아오는 건. 그분들이 도우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숭덕교회에는 원래 교인 외에, 동경에 유학 온 남녀 학생들이 조선말 예배를 사모하며 오기도 했습니다.
교회 소식에, 세례받기 원하는 분은 다음 주까지 목사님에게 신청해 달라, 목사님 면담은 월요일 오전, 목요일 저녁이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금일 당번 이름이 나오고, 다음주 당번에 안병찬씨는 주보 만드신 분, 끝에 김영애는 제 어머님입니다. 작은 한 페이지 주보에 많은 것을 실었지요. 지금부터 78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건 같습니다. 이 주보를 손에 들고 예배드리던 선배 교우님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은혜롭지요.
해방 후, 숭덕교회와 학사는 한국에 와서, 약수동에서 동국대 쪽으로 고개 올라가는 좌편에 학사가 있었고, 동국대 후문에서 내려간 곳에 교회가 있었지요. 학병에 끌려갔던 이들이 돌아오고, 38선이 막히며 북한에서 남하한 이들, 지방에서 서울의 대학에 진학한 이들, 숭덕학사를 찾는 이들이 많아, 약 300명이 함께 생활했지요. 설립자 박 목사님이 열심히 뒷바라지하셨습니다. 해방 후, 좌우파로 나뉘어 사회가 혼란스러워 공부하기 힘들 때, 숭덕은 안정된 배움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지요. .
고 박 목사님은 학사 형제들에게‘나가서는 좌파, 우파 하더라도 학사 내에서는 그러지 마세요.’자주 당부하셨답니다. 4.19와, 5.16으로 사회가 크게 요동을 칠 때도, 숭덕학사는 제자리를 지켰지요. 62년 장충동에서 이곳 금호동으로 옮겼고, 항상 4, 50명 형제들이 계셨습니다. 지금 여러 이유로 학사 형제들이 많지 않지만, 저는 가끔 고 박 목사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전합니다.‘전 세계에 걸쳐, 해가 지지 않는 대영 제국을 일으킨 것은, 옥스퍼드 대학 출신 7명의 대학생이었다.’
사생수가 많으면 좋겠으나, 수보다 어떤 정신을 가졌느냐가 중요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지요. 숭덕의 86년 역사를 생각하면, 지금 모이는 분이 너무 적지만, 저는‘숭덕의 교인들이 늘어나게 해주세요.’란 기도와 함께‘하나님의 이곳을 향한 뜻을 알고 이뤄가는 교우들이 되게 해주세요.’라 기도합니다.
오늘 봉독한 말씀을 살핍니다. 엡 2:20에‘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그렇지요. 우리 숭덕교회는 사도들과 구약시대 하나님 말씀을 전한 선지자들을 바탕으로, 거기 더하여, 숭덕교회를 세우시고 지금까지 이끌어 오신 분들의 수고가 밑에 깔려있지요. 그런 걸 살피기 위해, 오늘‘1943년 숭덕교회’란 제목으로 말씀을 나눈 겁니다. 물론‘엡’말씀처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이 돌이 되셨지요.
유대인들이 집을 지을 때 땅의 바닥을 편편히 고르고 다진 후에, 놓는 모퉁이 돌에 따라 건물의 방향과 지어짐이 달라집니다. 모퉁이 돌을 기준으로 집을 지어가기 때문이지요. 그처럼 교회는 모든 방향과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께 있지요. 서로 연결되어 주 안에서 지어져 가며,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로 함께 지어져 갑니다. 9월 들며‘성도가 누릴 평안’‘성도가 누릴 자유’‘너도 가서 이와 같이 하라’는 말씀을 이어 드렸습니다.
그것이, 예수님을 모퉁이 돌로 해서 연결되며 지어지는 것이지요. 성도들 각자 변화하고 자라가면서, 다른 성도와 서로 도우며한 교회를 이뤄갑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인 간디는, 마태복음의 산상수훈(5-7장)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읽고 실천했습니다. 한 기독교 선교사가‘저희가 어떻게 하면 인도인들이 예수를 믿을까요?’묻자, 간디의 대답은‘선교사들부터 산상수훈을 말씀대로 지키며 살면 됩니다.’선교사가 말씀대로 살면, 인도인들이 보고 에수를 믿는다는 거죠.
우리 숭덕의 초기부터,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힘써온 것이‘참아들 되라’이지요. 가정의 참아들, 겨레의 참아들, 하나님의 참아들 되자 하는데, 학사형제들만 위한 것이 아니라, 교우들도 바로 알고 실천해야지요. 다른 교회들이 안 하고, 성경에 없는 별난 것을 하려는 게 아니지요. 가정의 참아들로 부모님께 효도하자는 것은, 십계명의 오계명‘너희 부모를 공경하라.’입니다. 낳고 길러주신 부모를 잘 모시지 않으며, 이웃을 사랑한다는 건 불가능하지요.
비슷한 말씀으로, 요일 4장에‘눈에 보이는 이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하지요. 학사 형제들에게는,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이 효도요, 또, 몸을 잘 관리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효도라 합니다. 부모이신 교우분들은 자녀들이 효도하도록 인도해야지요. 무엇보다, 우리 주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고통과 죽음 앞에서, 남으실 어머니 마리아를 제자 요한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런 효도가 어디 있습니까?‘내가 어려워 부모님을 못 돌봐.’예수님은 아니라 합니다.
이어, 겨레의 참아들, 이 땅에 태어났으니 이 나라를 사랑하고 이 나라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준비해서 훗날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됩니다. 이 대한민국만 사랑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라를 사랑하면 이웃나라와 온 인류를 사랑할 수 있지요. 예수님도, 예루살렘을 보고 우셨지요. 얼마 후, 예루살렘 성전이 완전히 무너질 것을 내다 보니 매우 슬프셨지요. 태어난 이스라엘 사랑입니다.
하나님의 참아들은, 하나님의 참아들이신 예수님을 닮고 따르자는 거지요. 한 예로, 잡히시기 전, 겟세마네에서 땀을 피같이 흘리며 기도하셨잖습니까? 예수님은 하나님이시니까, 다음날 십자가에 달릴 일을 아셨고, 동시에 사람의 몸이기에 너무 두렵습니다. 그래서‘아버지여 이 잔이 내게서 지나가게 하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고 아버지 원대로 하옵소서.’여러분도, 내 뜻과 바람이 하나님 뜻이 다를 때, 이 기도를 생각하며,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이, 하나님의 참아들 되자입니다.
오늘 우리는, 86년을 지내온 주님 은혜에 감사하며, 1943년 주보를 보면서, 그 때 어려운 형편에서 일본 경찰의 감시 속에, 숭덕을 향하신 주님 뜻을 이룬 것과, 그 이후를 살폈습니다. 지금 교회나 학사의 인원이 적고 재정은 어렵지만. 저는, 이 세상에 이런 곳은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모두 마음을 합하여, 학사형제들은 사생들로, 교우들은 교우들 나름대로 각자 할 일을 알고 힘껏 노력하기를 다짐했으면 합니다. 그럴 때, 모두들 숭덕에서 보람 있는 신앙생활을 하며, 주님 기뻐하실 것입니다. 할렐루야! 함께 기도합니다.
9월 26일 86주년 감사예배
